이주와 다문화

누구를 위한 경계인가?

한국소금 2018. 3. 5. 20:46

누구를 위한 경계인가?

-거미줄 국경과 민중 이주민의 인권-

Border like spider's web and oppressed migrant workers' Human rights

한국염/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

 

. 이주민의 증가와 거미줄 국경 정책

 

세계적으로 일 년 이상 자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이주하는 사람들이 191백 만 (2005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6,470백만명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71231일자로 한국거주 외국인 이주민은 단기체류외국인을 포함해서 1,066,273명으로 1백만 명을 돌파했다. 이중 외국인노동자가 47.1%를 차지하고 있으며, 결혼이민자가 10.4%, 외국인 유학생이 5.7%. 주민등록 인구의 2%시대에 돌입하였다. 이주민의 증가는 1997386,972명에서 10년 사이에 175.5% 증가하였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12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이주민이 증가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및 생산직종 기피로 인한 노동력 부족, 국제결혼의 증가, 동포에 대한 입국문호 확대 등으로 외국인근로, 결혼이민, 외국적동포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원인을 두고 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이주민이 증가하는데, 국경을 넘는 이주민이 일차적으로 부닥치는 것은 각국의 출입국 정책이다. 이주민들에 대한 출입국 정책을 보면 마치 거미줄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곤충은 걸러내고 큰 동물에게는 무력한 거미줄처럼, 현행 각국의 출입국정책은 개발도상국의 민중은 걸러내고 통제하고, 일세계 사람들과 개발도상국의 엘리트, 전문인력은 환영하면서 그냥 통과시킨다. 이렇게 국경을 통제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면서 묻게 된다. 누구를 위한 경계인가? 이런 이중적인 잣대는 한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고, 이렇게 걸러내고 통제하는 정책에 의하여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민중 이주민이 인권침해와 인간안보의 위협 앞에 놓인다.

 

1. 한국정부의 국가안보에 근거한 이주민 정책

 

이렇게 이주민이 급증하자 한국정부는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였다. 20071월부터 연수취업제도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도입경로를 고용허가제도로 단일화시켰고, 이를 통해서 소위 현대판 노예제도실시국이란 오명 벗게 되었다. 또한 34일부터 재외동포(주로 중국, 구소련권)를 대상으로 방문취업제(H2비자)를 새로 실시했다. 5월에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안을 공포하였다.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 20071월부터 여성단체가 발행하는 폭력 확인서를 가정폭력 입증자료의 하나로서 인정하는 여성단체확인서제도를 채택하고, 한국인과의 사이에 자녀가 있는 결혼이민자들에게 국민기초생활보장법모부자가족지원법확대 적용을 비롯해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당한 이주여성들의 법적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한국에 체류하면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으며, 20086월부터 국제결혼중개업관리법을 제정해 이주여성들이 결혼중개업의 착취와 인신매매성 결혼이주를 방지할 수 있는 기초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2. 한국의 이주민 정책의 배경 문제

 

이중적인 정책

한국정부의 이주민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은 이중적인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소위 우수인재는 유치하는 전략이 중심기조다. 현재 OECD 평균 순두뇌유입비율은 19901.0%에서 20001.6% 0.6% 상승한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오히려 -1.3%에서 -1.4%0.1% 악화된 현실을 보면서 지식정보력을 갖추고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의 확보를 위해 영주권 부여, 이중국적 허용 등 청책을 세우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에 유입하는 인구 이동에 대해서는 국경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세계 각국이 출입국심사에 생체정보 활용하는 등 국경관리를 강화하는 전략에 따라 임금격차로 인한 불법이민과 국익에 해가 되는 사람들의 유입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구실하에 출입국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개발도상국에서 유입되는 이주민을 잠재 법죄자화 위험이 있어 중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또한 한쪽으로는 국경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이민자 유입 증가에 따른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사회통합을 강화하는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는 2005년의 소위 프랑스 이민자 소요사태와 호주의 인종간 폭력사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이 사태 후 이러한 갈등·마찰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통합 강화정책을 세운 것을 본받아서 한국에서도 이민자에 대하여 언어·문화교육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통합 교육 이수를 의무화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정책의 기본방향의 문제

한국정부의 외국인 정책방향의 기본적인 문제는 첫 째는 외국인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본다는 것이다. 2007년 만들어진 외국인정책본부에서 제시한 외국인정책의 기본방향을 보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정책의 전략적 추진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를 세계의 자본기술과 우수인재들이 모여드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허브국가로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을 국가 자원으로 인식하고, 외국인정책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함으로 외국인 인력을 국가의 자원으로 보는 도구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둘째로, 외국인정책에서 이주민과 국가의 안보와의 관계설정이다. 정부는 외국인정책을 종래의 국경관리 개념에 국한하지 말고 경제사회문화안보정책 등과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정부는 개방과 외국인의 증가로 인한 다민족다문화 사회의 도래에 대비하여 성숙한 다민족, 다문화사회로의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방지하고,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 규범과 시민의식의 정립확산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문제는 다문화 사회가 필연적으로 이민자의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이로 인한 사회 갈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고 보고 질서 있고 안전한 개방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질서있고 안전한 개방정책이란 개방에 따른 부작용 즉 국익에 해가 되는 인물의 입국 가능성 증가, 불법체류자의 증가, 단순노무인력의 정주화, 외국인 범죄의 증가 등의 부작용 을 말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체류질서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정보의 체계적 관리, 위험 요인에 대한 조기발견 및 선제적 대응 인프라 구축 필요를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질서와 안전을 강조하면서 필연적으로 세우게 되는 정책은 미등록노동자 소위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다. 2007년 전체 체류외국인 1,066,291명 중 223,466명이 불법체류하고 있어 불법체류비율이 21%에 이른다. 정부는 불법체류자의 증가는 내국인근로자의 일자리 잠식, 권침해에 취약, 외국인 범죄의 증가 등 사회적 갈등과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불법체류자를 줄이고 불법체류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 불법체류 다발국가와의 사증면제협정을 정지 등을 통해 불법체류가능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은 불법체류 발생 후 사후적 조치로, 과다한 행정비용 및 사회적비용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해서 출입국관리 공무원의 출입국사범 관련 수사권한의 제한을 풀고 이민수사대를 신설하고,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기 위한 단속인원과 단속차량, 단속장비 등 단속인프라를 보강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이민수사대는 일본이 법무성 직속 ,<특별단속반>을 구성, 93년말 29만여 명에서 ’07.6월말 현재 17만여 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경험에서 따온 것이다.

. 인간안보가 상실당한 한국 이주민의 인권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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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주민의 인권과 인간안보의 관계

국경 없는 세계를 꿈꾸는 하워드 진에 의하면 사실상 안보란 국가주의의 산물이로서 다른 나라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다.(하워드 진 211)” 이런 안보적 관점에서는 이주민은 국익을 위한 도구로서 하나의 경계 대상일 뿐, 이주민 개인의 안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세계화된 상황에서 시민은 국가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미등록노동자(불법체류자)들은 국가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경계를 넘나드는 이주민들의 안보를 위해서는 국가안보적 측면이 아니라 개인안보적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주민을 위한 인간안보의 중요 개념으로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의 안보개념과 아마티아 센의 안보개념을 차용하고자 한다. UNDP는 개인안보가 국가 안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며, 인간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안보위협의 요인으로 보며 경제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삶의 질, 자유와 인권보장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경제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이주민들이 도착한 나라에서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 자국민 중심의 복지정책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자유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주 운동가로서 볼 때 UNDP의 안보개념은 이주민에게 매우 적절한 개념이다.

이주민의 인간안보를 위한 또 하나의 적절한 개념은 아마티아 센이 소개한 오부치 게이조의 정의이다. 아마티아 센은 <1차 아시아의 내일을 위한 지적 대화>의 기조연설에서 오부치 게이조가 행한 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인간은 생존을 위협받거나 존엄성을 훼손당하지 않고 창조적 삶을 이끌어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 제 믿음입니다. ‘인간의 안전보장은 비록 새로운 용어지만, 나는 이것을 인간의 생존, 일생생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위험을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이 위험에 맞서는 노력에 지원을 강화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하는 말을 소개하면서 인간의 생존, 일상생활, 존엄성을 위한 실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다.

왜 이런 관점에서 이주민의 안보를 말해야 하는가? 국가안보 우선 속에서 이주민의 생존, 생활, 존엄성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부치 게이조의 관점에서 인간안보를 말한다면 한국거주 이주민의 대다수는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미등록노동자들은 불법자로서의 생존의 불안과 불안전한 생활, 인권침해의 위협 속에 놓여있다. 이들의 안보를 위한 실천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한국거주 이주민의 실태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노동권 침해와 기본권 침해 등 다양한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지위의 취약성, 열악하고 차별적인 근로환경(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언, 폭행, 비하 등), 배타주의적 문화로 인한 적응곤란, 사회복지 서비스의 부족, 비인도적인 단속과 추방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는 특히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있지 못한 이주민에게 극심하게 자행되었는데,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비극적인 여수외국인보호소의 참사사건, 미란다 원칙을 무시한 인간사냥 미등록노동자 단속실태상황, 임산부여성을 강제추방한 경우, 강제단속을 피하다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 예배당에 출입국 직원이 구둣발로 난입한 사건, 이주노조운동을 했다고 표적 단속하여 강제출국 시킨 사건 등 여러 가지 인권유린사건 등이다. 이 사건들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열악한 보호시설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 축은 여성이주민의 인권문제다. 베이징 세계여성행동강령에는 이주여성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교육권 등에 대한 분명한 강령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우 정부 정책에서 이주여성노동자는 배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고용주와 한국인 노동자에게 성폭력을 당했으나 추방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 한 태국 여성이주노동자의 경우 역시 여성노동자가 직면하는 인권실태를 가늠하게 해준다. 숫자적으로 연 10% 이상 씩 증가하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의 경우 여러 정부 부처에서 이들을 잠재적 국민(또는 국민 후보자)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정책이 대부분 가부장적 한국가족에 통합되는 사회통합의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여성결혼이민자의 인권보호는 물론 존재 기반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5월에 발생한 베트남 여성 결혼이민자인 후인 마인 살해사건은 여성결혼이민자 인권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언어폭력, 문화폭력, 성폭력 등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안보라는 개념은 인권보다 폭넓은 개념이다. 그러나 생존권, 일상생활, 존엄성이 종합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이주민과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인간안보라는 개념보다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더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의 인권을 중심으로 이주민의 안보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이주노동자가 겪는 인권과 인간안보의 위기

1) 여수참사 - 외국인보호소 시설 개선의 분수령

2007211일 여수 출입국 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에서 불이 나 수용돼 있던 이주 외국인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이주노동자 보호소가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이 운영되어왔으며, 최소한의 안전관리 체계조차 없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보호소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 작동, 경보기 작동, 인명대피, 화재진압 등 상식적으로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하는 대응조치들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직원들이 각종 감시카메라를 동원하여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 인명구출보다는 수용자의 도망을 염려하여 대피를 소홀히 한 것 등등 이번 사건은 당국이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유족들의 주장에서 보듯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노동력으로 간주하는 현 정부의 잘못된 외국인 인력정책과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언제나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고 본다.

2) 직장 변경의 자유 없는 고용허가제

2007817일자로 고용허가제 시행 4주년을 맞게 되었는데 고용허가제로 취업한 노동자는 총 175,001명이다(‘07.12월말 현재). 고용허가제도의 시행은 우리나라 외국인력정책의 전환점이 되어 기업의 외국인력 활용을 합법화하는 한편, 이주 노동자의 권익신장, 인력도입과정의 공공성·투명성 강화 등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입초기에 목적했던 외국인력 도입절차 간소화, 송출비리 근절 문제 등은 아직 미흡해서 계속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았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의 요소로 지적되는 것이 고용주에 의한 일방적 계약, 직장 이동 불허 내지 직장 이동회수의 제한(최대 4), 계약기간 제한(3) 등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위원회에서도 권고문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3년 계약만 부여받고, 직장이동에 심각한 제한이 있으면, 오랜 근무시간, 낮은 임금, 안전하지 못하고 위험한 근무환경 및 짧은 고용계약(3) 등 차별적인 대우와 학대에 직면해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며 이주노동자가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신의 노동권을 효과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고용계약의 연장 등을 포함한 적절한 조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3) 산재에 무방비

이주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직업병이 빈발하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산업재해를 입은 이주노동자는 총 3,406명으로 재해자수가 전년대비 35.3% 증가 했으며, 특히 제조업에서 2,619명의 재해자가 발생해 전체 재해자의 77%를 차지하고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몇 차례 시범을 보고 작업에 임하게 되고 정확한 안전교육이나 주의사항, 작업지시 등은 없고 모든 것이 대충 눈치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산업재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65월에 일어난 노말핵산 산재로 앉은뱅이 병에 걸리게 된 태국여성들의 사례나 2007411DMF 중독으로 사망한 36세 이주 여성의 이야기는 산재에 무방비 상태에 있는 이주여성들의 삶 한 단면에 불과하다.

 

4) 단속 및 강제추방 정책

이주민과 관련한 대부분의 정책변화가 이주민 인권보호에 진일보하고 있지만, 미등록노동자는 이러한 방향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정책은 단속과 추방이라는 강압정책 일변도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및 강제추방정책은 인권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선 단속과정에서 사업장 기습, 건설 인력시장 일제 단속 등 무차별 단속과 폭행 등의 양상을 일으키고 있고 그러한 단속의 결과로 빚어지는 강제추방의 위협은 미등록노동자들에게 인권침해를 조장하였다. 이러한 인권유린에 대해 유엔 인종차별철폐조약위원회에서는 사용자에 의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이들의 체류자격과는 상관없이 효과적인 보호와 구제방법을 통해서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채택된 조치를 차기 정기보고서에 포함시키도록 요청하였다.

 

3. 여성이주민의 인권실태

 

2007년 말 현재 한국 거주 이주여성은 약 30만 명으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여성들은 유입과정과 일의 성격을 기초로 하여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산업연수나, 고용허가제로 들어와서 정규직, 비정규직종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 14만 명, 2)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결혼이민자 15만 명, 3)연예인 비자(E-6)를 통해 입국하여 유흥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약 1만 명이다. 이들 이주여성들은 노동현장에서, 성매매현장에서, 국제결혼현장에서 인종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거기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3중의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1) 다중적 차별을 받는 이주여성노동자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노동자 일반보다 더 다중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의 경우 남성노동자와의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성희롱, 강간 등 성폭력과 같은 이중의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임신, 유산 후에도 사업주의 눈치를 보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서, 조산이나 미숙아를 낳는 등 모성 보호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주여성노동자의 12%가 성폭력의 경험이 있다. 사업장 내 성폭력 경험에 있어서는 12.1%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2006. 천안. 아산지역 일부 농장과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한국인 업주나 동료들의 성노리개로 전락하고 있음이 고발되었다. 태국인 랑칸씨는 1년 전에 천안시 성환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했다. 일하는 초창기부터 사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성폭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장은 성상납을 요구했다.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한 랑칸 씨는 자살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유흥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이주여성의 성산업으로의 유입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유입과정에서 대부분 경우 인신매매 과정을 걸친다는 것이다. 외국인이주노동자 상담소들의 상담 접수 사레에 의하면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이주여성의 경우 생산직 공장 취업 미끼, 국제결혼을 빙자한 경우, 공연예술 빙자 등 전형적인 취업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공연예술비자로 들어 온 여성들의 경우에 성매매 시장으로의 유입이 가장 심각한 현상이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한국여성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이 자리를 공연예술비자(E-6비자)를 갖고 들어온 외국인 여성들로 대치되고 있다. 성산업으로 유입된 외국인여성 대부분이 여권을 업주에게 압수당하고 나체쇼나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화대를 착취당하였으며, 위협이나 협박, 구타, 강간 등의 폭력에 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에 대한 신고를 하면 강제로 추방되어 범죄조직의 협박과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에 한국정부에 신고하는 것을 포기한다.

 

3) 이주민 자녀의 인권문제

법무부에서는 국내 이주노동자 자녀들 중 15세 미만이 약 2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동권에 대한 국제협약에 의하면 아동은 어떤 경우에도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생존과 발달의 원칙이 고려되어야 하고 특별보호조치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국제아동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에서 이주민의 자녀들은 아동권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 무국적자로서 성장한다. 이들 아동들의 경우 부모 한쪽 혹은 양쪽이 불법체류자로 단속되어 본국으로 추방될 경우, 아이만 남겨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사회보장제도, 교육을 포함한 사회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4) 결혼이민자

현재 한국은 126개국 이상 나라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200712말 현재 총 110,362명으로 2006년보다 17.7%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결혼이민자가 88%97,000명이고, 남성결혼이민자는 12%13,000명이다. 국제결혼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매매혼적 국제결혼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성의 상품화다. 또한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국제결혼 관행은 이러한 통로로 이주해 온 여성들의 존엄성을 해침은 물론 이로 인해서 많은 인권문제를 야기한다.

결혼이주여성이 직면하는 가장 큰 인권문제는 가정폭력이다. 20073월 발표한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의하면 12%의 여성들이 가정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 센터의 상담이나 이주여성 긴급전화 상담에 의하면 상담 내용의 35% 이상이 가정폭력에 관한 것이다. 이 가정폭력의 기저에는 남편들의 의처증이 깔려있고 이 의처증의 중심에는 10-30살의 나이 차이와 남편들의 경제적 무능력으로 인한 자신감 상실이 있다. 2005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가정 52.9%가 최저빈곤층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이혼을 강요하는데, 합의이혼을 하면 이주여성은 강제출국대상이 되어버린다. 또한 성적 학대나 인격 모독, 남편의 알콜 중독이나 정신이상 등으로 이혼할 경우, 이 범위는 가정폭력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그 여성 역시 한국에 거주할 수 없다. 한국의 체류법은 혼인파탄의 사유가 이주여성에게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국제결혼 해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여성의 경우,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구사회주의권 나라 출신으로 한국보다 양성평등적인 가족구조와 가족문화를 갖고 있다. 이 여성들의 문화가 존중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수용을 강요당하는데서 문화적 갈등이 일어나고 이 갈등이 혼인파탄의 주요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상에서 한국거주 이주민들의 인권상황을 살펴보았다. 이주민의 인권을 증진하는 것이 곧 이주민의 안보증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주민의 생존, 일생생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억압하는 모든 종류의 위험을 포괄적으로 제거하고 이 위험에 맞서는 노력을 함으로써 이주민의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결혼이주에 있어 젠더화된 조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결혼 이주는 여성을 소외시키는데 많은 경우 사회적,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고립되며, 결혼이주자는 종종 무보수 가사 노동자가 되어 일하면서 남편, 가족, 그리고 사회에 의해 이동이 제한 당한다. “결혼 이주자의 경우 인간안보와 이주의 담론에서 이야기하는 이동하는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다름을 인지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주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주민의 권익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소한의 자기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산재당한 노동자를 위한 쉼터제공,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 즉 장소이동 제한과 고용주 중심의 정책 등의 개선활동, 산재 보상을 비롯한 이주노동자의 건강권획득, 미등록노동자의 합법화운동, 미등록노동자 강제단속 반대, 미등록노동자 아동의 교육권과 생존권 확보 운동, 결혼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이주민의 인간 안보를 향한 우리의 과제

 

이주민의 인권 즉 개인안보를 증진하는 것은 단순히 이주민의 개인안보적 측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인권침해는 곧 베트남 정부와 한국정부 사이에 갈등을 야기시킨 사례가 있다. 2년 전 한국 언론에서 국제결혼하는 베트남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기사가 문제가 되어 한국에 유학중인 베트남 학생들이 분개했고, 이 사실을 안 베트남 정부에서 한국정부에 사과를 요구한 일이 있었다. 또 베트남 여성 후안 마이가 살해되었을 때는 두 나라의 관계가 긴장관계에 들어선 일이 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건에서는 중국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정부 간의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한 불법체류자가 많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중지하면서 두 나라와 긴장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결국 이주민 한 개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고 존엄하게 대하는 것은 이주민을 보낸 나라와의 우호관계도 증진시킨다. 뒤집어 말하면 자국 국가안보차원에서만 이주민 정책을 시행하면 이주민을 보내는 국가와의 긴장관계를 야기함으로 두 나라 사이에 평화를 해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주민의 생존권, 상활안정, 존엄성을 살리는 일 즉 이주민의 안보를 위한 실천은 국가 간의 안보와 평화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상 이주민의 인권문제가 이주민 송출국과 유입국 양국의 기본적인 관계를 파괴하는 일을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국은 이주민의 인권보다 경제논리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송출국에서는 자국 이주민의 인권은 어떻게 되는지 상관없이 한 명이라도 더 보내 외화를 벌어드리려고 하는 입장이고, 유입국에서는 송출국의 이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이주민의 인권은 유보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주민의 인권과 안보를 위해서는 이주민의 인권과 안보에 뜻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나 연구자들이 자국의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이주민의 인권을 증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으로 이주민들이 생존권을 확보하고 생활상의 불편이 없어지고 존엄성이 회복되어 안보가 이루어진다면 세계 평화에도 기여하리라고 본다. 인간안보는 인간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안보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평화 증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늘날 뜻 있는 사람들이 지구화 시대에 지구시민을 말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경계를 넘는 이주민들의 안전보장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 패러다임 전환과 더불어 하워드 진의 말처럼인종이라는 장벽과 국가주의라는 장벽을 허물어뜨리고 국경 없는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한다.” 200888일부터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이주노동자 영화제(The 3rd Migrant Workers Film Festival)는 이주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면서 이렇게 제작이유를 밝히고 있다. “ 낮선 얼굴, 독특한 억양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묻게 되는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하는 질문이 불필요한 세상을 꿈꿉니다. 이주노동자, 이주민, 원주민(Native Korean) 모두는 같은 별,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동시대인이니까요. ” 이주노동자들의 꿈처럼 이주자와 원주민이 같은 지구촌 시민으로서 인권을 보호하고 받으며, 인간안보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 글은 2008910-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이주포럼을 위해 쓴 발제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