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의 사색터

하늘을 바라보며 살자

한국소금 2019. 3. 25. 15:01

하늘을 바라보며 살자

시인 윤동주는 일제 하 그 어려운 시절에 이런 노래를 읊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 하나에 아름다운 이름을 하나씩 부르던 그는 마침내 이렇게 노래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가야겠다…….

 

우리는 지금 IMF시대를 맞아 나라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란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교차하는 그런 말이다. 1231일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는 밤 12시가 한 해의 마지막을 알리는 날임과 동시에 새해가 시작되는 분기점인 것처럼, 위기를 새 날의 시작으로 맞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떻게 1998년을 맞을까? 위기의 때일수록 하늘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16일 정교회에서는 이 날을 크리스마스로 지킨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경배하러 마구간으로 간 날이 바로 16일이라는 것이다. 동방의 박사들, 다시 말해서 점성가들은 매일 하늘을 보며 때의 징조를 살폈다.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마침내는 새로운 시대를 가져오는 한 징조를 보게 된다. 그들의 표현대로는 새로운 왕으로 오시는 분의 탄생을 알리는 별이다. 그들은 별의 움직임을 따라 긴 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왔다. 그런데 그 별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

예루살렘에는 헤롯왕을 비롯한 로마와 결탁해서 기득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이들이 한 일은 새로운 왕으로 오시는 아기 예수를 없애기 위해 두 살 이하의 아기들을 무참히 학살한 것뿐이다. 이렇게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때의 징조, 때의 변화를 알리는 별빛은 비추지 않는다. 오직 변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별빛이 비춘다. 그러나 변화를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 별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깨어서 하늘을 보며 시대의 징조를 살피는 자들만이 별을, 뿜어 나오는 별빛을 볼 수 있다.

1998년 새해의 밤하늘에는 특별히 별들이 무수히 빛날 것이라고 한다. 별똥별이 꼬리를 물고 지구의 밤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북두칠성과 북극성 가까이에서 춤추는 별들을 그리며 동방의 박사들과 윤동주의 별이 생각났다.

경제 한파가 더 몰아칠 작정이다. IMF는 그 옛날 고레스 왕과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위기에 선 이스라엘을 쳐들어 온 고레스, 그 고레스를 불의하다고 하면서도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을 거듭나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도구라고 했던가? IMF라는 강대국의 도끼를 우리 나라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도구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제껏 땅만 바라보고 자기 욕심만 채우던 우리의 자세,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도 세속적인 물욕에 안주해 온 한국 교회의 이지러진 모습, 모두가 변화되어야 할 것들이다.

변화가 힘겨울 때 동방박사들처럼 밤하늘을 보고 시대의 징조를 읽어 내자. 윤동주처럼 별을 보고 그리운 것들을 읊으며 마음에 꿈과 사랑을 채우자. 그리고 모든 생명을 사랑하며 우리의 길을 가자.


1998년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