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의 사색터

노동절에 일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다

한국소금 2019. 3. 25. 16:19

일하는 하나님

오늘은 114회의 노동절입니다. 매년 51일 전 세계에서 기리는 노동절(메이데이)은 지난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확립 투쟁에서 비롯됐습니다. 그해 미국노동총연맹(AFL)은 전통적으로 사무실 임대와 노동계약을 갱신하는 날인 51일을 기해 하루 8시간 노동 쟁취를 위한 파업투쟁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30여만 노동자가 대규모 파업에 돌입, 일터를 떠나 시카고 거리에서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2년 뒤 51일 매코믹 농기구 공장 앞에서 벌어진 노동자와 경찰간 충돌 현장에서 6명의 파업 참가자가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어 54일에는 무정부주의자들의 집회 도중 폭탄이 터져 경찰 7명과 시위대 약 10명이 숨졌습니다. 이 폭발사건과 관련해 무정부주의자 8명이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이 가운데 4명은 교수형을 당했으며 1명은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나머지 3명은 1893년 사면됐으며 먼저 죽은 5명도 함께 사후 사면을 받았습니다.

1889년 국제 노동운동 및 사회주의 지도자들은 파리에서 열린 제2 인터내셔널 창립총회에서 매년 51일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시카고에서 희생된 동료들을 추모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동자 항의집회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듬해부터 메이데이 행사가 시작됐으며 이후 51일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의 축제인 노동절이자 전통적인 휴일이 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노동절의 역사적 배경이 된 미국에서는 1894년 이후 매년 9월 첫 월요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노동절에 읽은 오늘의 본문은 과연 일은 무엇이고 왜 우리는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일을 천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는 팔자를 상팔자라고 합니다. 일을 천시하면서 천민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풍조가 오늘에도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합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투기, 환투기, 증권투기 등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엄청난 돈을 번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회의 지도층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유대인들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이런 일을 한다고 하여 예수를 박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일이란 베데스다 못가에서 38년 동안 앓고 있는 중풍병자를 고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언제나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이려는 마음을 더욱 굳혔습니다. 예수께서 안식일 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자기 아버지라고 하시며, 자기를 하나님과 같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일이란 무엇인지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 바라시고 하시는 일이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입니다. 38 년 동안 앓고 있는 병자, 평생 음직이지 못하면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넣어주는 것이 일입니다. 그에 반하여 사람의 생명을 살리지 못하거나 오히려 생명을 해치는 것은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농부가 곡식을 가꾸어 다른 사람들에게 양식을 제공하는 것은 일이지만, 부동산 투기를 하여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땅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일이 아닙니다. 의사가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일이지만, 돈을 더 벌기 위해 환자를 오래 동안 잡아두는 것은 일이 아닙니다. 노동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것은 일이지만, 기업주가 돈벌이에 급급하여 사람들을 해치는 물건을 생산하는 것은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 하나님이기 때문에 예수께서도 아버지께서 언제나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한다고 하였습니다. 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종류가 아닙니다. 누구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합니다. 일하는 하나님을 따라 우리도 일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그 일도 아무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참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노동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해야 정성을 기울여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냅니다. 예수께서는 당시에 가장 중요시하던 안식일 법을 어기면서까지 일을 하셨습니다. 법이나 제도도 사람이 생명을 살리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그 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모든 노동자가 생명을 살리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우리 함께 예수님처럼 행합시다.

 200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