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와 다문화

하루 만에 살해당한 팜티로안, 천의 바람이 되어라!

한국소금 2012. 4. 9. 12:23

어느 결혼이주여성의 무참한 죽음이 남긴 숙제

 


                                                                                                                                                                                                                                                                                         한국염 


원래는 ‘어느 개같은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쓰려고 했다가 개를 천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참한’이라고 바꿨다. 베트남 여성이 우울증 걸린 남편에게 목 졸리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빈소에 가서 영정을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 “참 개 같은 죽음이구나!” 이었다.



한 이주여성이 어처구니없이 살해당했다.



지난 3월 6일 팜티로안이라는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목을 졸려 죽었다. 팜티로안은 38살로 작년 7월에 베트남에서 결혼했고,  입국하기 전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하는 사전 교육을 받았다. 한국에 올해 1월에 입국을 했다. 입국해서 남편이 살고 있는 정선에 갔으나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살지 못하고 울산에 있는 시누이 집에 가서 지냈다. 달포지난 지난 3월 5일에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시댁으로 돌아왔는데, 돌아온 그날 밤중에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죽이고 나서 본인 스스로 자살을 해버리는 바람에 이사태가 난감하게 된 것이다.



팜티로안의 죽음이 발견된 과정은 이렇다. 지난 3월 5일 저녁 팜티로안 씨가 남편과 함께 살기 위해 정선에 왔다. 다음 날 6일 아침 8시 팜티로안 씨의 시어머니가 아침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려도 며느리가 나오지 않아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깨우지 않았다. 보건소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와보니 밥상이 그대로였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보니 며느리 얼굴에 이불이 씌워져 있었고 며느리가 죽은 것을 알게 되었다. 며느리 목에는 손자국이 있었다. 아들을 찾으니 아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4시간 만에 아들을 찾았는데 아들이 평소 쓰지 않는, 울타리 옆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들이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렇게 남편이 목숨을 끊고 보니 어처구니 없게 살해당한 이주여성의 죽음은 이슈가 되지 못하고 묻혀버리고 말았다. 가해자 남편이 죽어버림으로 해서 탐티로안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소재도 없어져 버린 채, 시신은 한줌의 재로 변해 팜티로안 동생 부부에 의해 본국으로 실려 갔다. 그의 죽음은 그렇게 묻혀버렸고, 소리 소문도 없이 잊혀져 갈 것이다.



팜티로안의 빈소가 영월에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영월 병원에 마련되어 있는 빈소를 찾았다. 빈소는 매우 조촐했다. 팜티로안 씨 영정을 보는데, 가슴이 아렸다. 영정이 제대로 된 사진이 아니라 한복을 입은 초상화였다. 죽어서도 한복이라!

팜티로안의 시신은 영월 병원 장례식장에 정선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주선으로 마련되었다. 사실상 정선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팜티로안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막상 교육안내를 하려고 받고 그 집을 방문했으나  팜티로안은 그 집에 없었다고 한다. 그 무렵 팜티로안의 남편은 정신병원에 있었고 팜티로안은 울산에 사는 시누이 집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팜티로안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빈소를 마련했고, 영결예식은 원주에 있는 이주여성쉼터 법인 이사장인 스님이 독경을 하였다. 또한 베트남 명예영사가 부산에서 올라와 팜티로안의 죽음에 걸친 의혹들을 조사하는 한편,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화장한 시신을 동생내외가 본국에 갖고 가서 안치할 수 있도록 조처하는 등 긴밀한 대처를 했다고 한다. 이 명예영사는 작년 청도에서 황티남 장례식장에서도 만난 바가 있다. 아무튼 남편 가족과 합의가 되어 장례비용은 시댁가족이 책임지기로 했고, 군에서는 팜티로안 본국 부모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이렇게 지역사람들과 얼굴도 익히기 전에 사고를 당할 경우, 그 처지가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이다. 팜티로안의 경우 한국에 입국한지는 두 달이 지났다고 하나, 설명절 일주일을 같이 있었을 뿐 남편과 떨어져 살았고, 정선에 와서 하루 만에 죽고 보니 이웃도 이 여성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니, 이런 상황에서 이주여성이 죽으면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팜티로안 죽음이 남긴 숙제



팜티로안의 죽음을 얼핏 보면 드러난 양상은 부부간 불화로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가정불화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런 단순 사건이 아니라 국제결혼 가정의 특수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의혹은 팜티로안의 결혼과정에 대한 것이다. 정선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편이 베트남여성결혼이민자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 그리고 중개업체의 알선에 의한 결혼이 아니라 이웃에 사는 베트남 여성이 주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그 역시 결혼브로커라는 생각이었다. 사실상 국제결혼중개업 알선에 의해 결혼한 사람들 중 일부가 자기 아내를 내세워 아내의 고향사람들과 국제결혼을 주선하고 소개비를 받는 식의 결혼브로커들이 많고, 결혼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소개해 그 폐해 역시 적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이번의 사건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빈소에서 들은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팜티로안은 중개업소를 통한 결혼이 아니라 이웃에 살고 있는 남편의 친구 부인의 소개로 결혼을 했다고 한다. 친구 부인 역시 베트남 여성으로 팜티로안씨와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관계자들은 중개업을 통한 결혼이 아니라는데 방점을 찍고 강조한다. 그 이웃 여성이 어떻게 결혼을 주선했고, 브로커 역할을 했는지 여부는 소개해준 이웃 베트남 여성이 그 사건 즈음하여 가출을 한 상태라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두 번 째로 드는 의혹은 팜티로안 남편이 우울증 환자였다는 사실에 따른 것이다. 판티로안 살해 사건을 언급한 기사 모두 남편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보도하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드는 의혹은 어떻게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국제결혼을 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현행 국제결혼 과정에 의하면 ‘건강상태’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또 비자 심사과정에서 이를 거르는 장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이 과정을 통과했는가? 하는 것이다.



남편 가족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결혼할 때만 해도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 결혼 후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도 원인이 안 나와서 병원 측이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해서 검사를 받았더니 우울증이라고 했단다. 급기야 증세가 심해져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증세가 완화되어 퇴원해서 시누이 집에 살고 있는 아내를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그 결과는 무참하게 아내를 목졸라 죽인 것이었다. 남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의혹은 남편이 죽어서 진실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가족의 말만 듣고 의혹을 지우기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것이 남는다.



결혼한지 불과 5개월 사이에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라면, 그리고 아내를 목 졸라 죽일 정도였다면, 과연 결혼할 당시에도 전혀 발병 증세가 없었는지 하는 점이다. 신체적으로 드러나는 이상이 없다고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결혼이주여성들 중에 남편들의 정서장애, 정신장애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2010년 탁티황옥 살해사건처럼 살인으로 이어지는 정신질환자들의 결혼도 있다. 탓티황옥 경우에는 정신질환자임을 알고서도 가족이 결혼을 시킨 경우인데, 이런 경우는 대부분 한국가족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을 결혼을 시켜 아내라는 이름으로 그 짐을 지우려고 하는 경우다. 이것이야 말로 전형적으로 인종차별적이고 인신매매적 결혼인 경우다. 이번 팜티루앤 남편의 경우 무엇이 진실인지는 죽은 본인만 알것같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본인이 정신질환의 조짐이나 증세가 있어도 의식을 못하는 경우다. 가족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번 정선에서 발생한 외국인 아내 살인 사건의 가해자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결혼할 당시에는 초기 증세를 보였지만 본인이 자각하기 못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증세가 심각하게 드러난 상태인 듯하다. 이게 진상이라면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현재 정부가 국제결혼 희망자자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건강검진 확인서에 반드시 정신건강검진도 포함시켜야 한다. 요식행위로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확인서가 될 수 있게끔.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정선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자유로운 천의 바람이 되기를!



지금 베트남 어느 절에 안치되거나 어딘가에 묻히거나 뿌려졌을 팜티로안 씨의 죽음을 생각하며,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 때 불려진 ‘천의 바람이 되어’를 떠올렸다. 비록 억울하게 죽었지만, 한으로 남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이 땅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별이 되었으면 하는 염원을 실어서!



“천의 바람이 되어”



내 무덤 앞에서 이젠 다시 더 이상 울지 말아요.
그곳엔 내가 있지 않아요. 잠들어 있지도 않아요.
가을이면 따사로운 빛 되어 모든 세상 비쳐주고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빤짝이는 눈이 되지요.
아침에 소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주고
밤이면 어둠 속에서 별 되어 당신을 지켜주지요.


내 무덤 앞에서 이젠 다시 더 이상 울지 말아줘요.
그곳엔 내가 있지 않아요. 더 이상 슬퍼말아요.
천의 바람이 천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지요.
저 넓은 하늘 위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지요.
저 넓은 하늘 위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지요.

                                                                2012.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