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와 다문화

어느 이주여성노동자의 한국살이

한국소금 2012. 4. 10. 15:41

                                                                                                                                               한국염

 

 

㉧어느 이주여성노동자의 외침

 

“엄마 돈 많이 벌어올게”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아이 시어머니에 맡기고

고향을 떠나던 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내리던 날

야무진 꿈을 꾸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오느라 진 빚 갚고 돈을 모아 고향에 돌아가야지.

 

 

한국에 와서 한 달 되었을 때

꿈이 멀어졌습니다.

매일 14시간 일했는데 한 달 받은 월급 80만원

연수생은 노동자가 아니라 그렇다네요.

어머니 아프니 돈 보내라는 전화 받던 날.

가진 돈 탈탈 털어 집에 부치고

잡히면 추방당할 걸 알면서 작업장을 이탈해 불법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공장장이 몸을 더듬는다며 울먹이는 미얀마 아가씨,

한국어를 몰라 벤졸을 감기약인줄 알고 마신 방글라데시 아줌마

장시간 힘들게 일해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태국 친구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눈물 흘리는 네팔친구

사장이 월급을 몇 달 째 안준다며 걱정하는 자취집 친구

허리를 다치고도 일을 해 디스크가 되고

병원비가 없어 치료도 못하는 우즈베키스탄 아주머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일을 했습니다.

 

 

 

 

햇빛도 안 드는 지하방에 살며

아끼고 또 아껴 빚진 브로커 비용을 갚았습니다.

다달이 번 월급 중에 반은 고향에 부치고

반은 모아서 몫 돈을 마련해

고향에 돌아가면 장사를 해야지 계획했지만

집수리한다, 아이 아프다, 시동생 장가간다 돈 보내라...

피땀 흘려 번 돈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리고

헛개비 같은 몸 위에 찬바람만 휘휘 몰아칩니다.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불법체류자 단속에 일자리가 없네요.

사장님은 일 잘하는 나를 쓰고 싶다는데

한국정부는 안된다네요

불법체류자는 나가라네요.

차라리 고향에 가버릴까?

오랜 세월 떨어져 아이가 나를 기억할까?

남편은 나를 반길까? 염려되는데

고향에 돌아간 친구 말이 돌아와도 일할 곳 없으니

차라리 힘들어도 여기서 버티라네요.

반가운 것도 두 달, 가지고 간 돈은 다 떨어지니

“밖에 나가 돈 벌어오라” 식구들눈칫밥에

또다시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난다고요.

식구들 생계 때문에 일하고 돌아와도

정착 못한 채 또 떠나야 하는 끝없는 여성의 이주,

누가,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까요?

 

 

이글은 한 이주여성노동자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고 쓴 글이다. 이 글에는 한국에서의 이주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빈곤의 여성화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남의 나라로 이주노동을 하게 되는 과정, 또 한국에 들어와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주거환경, 성폭력의 위험 노출, 특히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 등 인권의 문제가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돌아갈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귀환의 문제가 있다.

 

 

㉧ 이주여성노동자의 현황과 문제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노동권 침해와 기본권 침해 등 다양한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지위의 취약성, 열악하고 차별적인 근로환경(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언, 폭행, 비하 등), 배타주의적 문화로 인한 적응곤란, 사회복지 서비스의 부족, 비인도적인 단속과 추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권불감증을 가장 보여주는 것이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사건”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여성노동자는 전체 이주노동자 중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중국동포비자 별도),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노동자 일반보다 더 다중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 이주여성노동자의 경우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의 성폭력 등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낮에는 노동자로 시달리고, 밤에는 업주들에게 성상납이나 성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모성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임신을 할 경우, 작업장 환경 때문에 유산이나 조산, 미숙아 출산과 기형아 출산 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본인 자신이 공해병에 걸리기도 한다. 2005년 “노말핵산”에 중독되어 앉은뱅이 병에 걸린 태국이주여성노동자들의 경우가 그 단적인 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본다면 1)여성 차별적 임금과 대우 2)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의 부재 3)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4)성 산업에의 유인 강요 5)여성기숙사의 부족과 같은 특유한 인권문제에 노출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등록노동자의 경우 이러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글은 2006년 4월에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