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와 다문화

어느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남긴 편지

한국소금 2012. 4. 10. 16:37

● 고 후안마이 씨가 남편에게 남긴 편지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

저는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당신은 왜 제가 한국말을 공부하러 못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대화하고 싶어요.

저는 당신이 일을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건강은 어떤지 또는 잠은 잘 잤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제가 당신을 기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당신이 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기를 바랐지만,

당신은 오히려 제가 당신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저는 한국에 와서 당신과 저의 따뜻하고 행복한 삶,

행복한 대화, 삶 속에 어려운 일들을 만났을 때에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을 희망해 왔지만,

당신은 사소한 일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를 견딜수 없어 하고, 그럴 때 마다 이혼을 말하고,

당신처럼 행동하면 어느 누가 서로 편하게 속 마음을 말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가정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이고

한 여성의 삶에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고 있어요.

좋으면 결혼하고 안좋으면 이혼을 말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게 하는 것은 한 사람의 진실된 남편으로서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이 어리지만,

결혼에 대한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

누구든지 완벽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이해해야 되요.

 

물론 부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의 상처가 너무 많아 결국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 사람의 감정을 존경하고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닫아 버리게 하는 상황들과 원망하게 하는 상황들이

무관심 하게 지나가게 되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자존심이 있고

자신이 ‘정답’의 편에서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부부가 행복할 수 없고 위험하게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면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거에요.(중략)

 

당신은 저와 결혼했지만,

저는 당신이 좋으면 고르고 싫으면 고르지 않을

많은 여자들 중에 함께 서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이 글은 후안 마이라는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남긴 글이다. 작년이 후안 마이는 남편의 폭력에 의해 갈빗대 18개가 부러져서 죽었다. 코리안 드림을 갖고 한국에 시잡왔는데 와서 보니 듣던 것과 너무 달랐고 도저히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어 돌아가려고 짐을 싸다가 술 먹고 들어 온 남편이 구타를 해서 죽은 것이다. 남편은 아내가 죽자 도망가버렸고, 옆집에서 썩은 냄새가 나서 열어보니 시체가 이미 부패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후안마이는 사건 전날 남편에게 “당신과 저는 매우 슬픕니다”로 시작되는 긴 편지를 썼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사건을 담당한 재판관은 남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한국사회의 야만성에 대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었다.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 ”

 

김승수판사의 당부처럼 우리 안에 있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돌아보면서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과 이웃으로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글은  2008년 후안마이 씨를 살해한 남편의 재판 후 적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