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이주민의 인권과 기독교의 과제
한국염/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한국기독교장로회 청암교회 목사
들어가는 말
이주가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2007년 12월 31일자로 한국거주 외국인 이주민은 단기체류외국인을 포함해서 1,066,273명으로 1백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행정안전부의 2009년 통계 보고에 의하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이 5월 1일 현재 110만6884명으로 주민등록인구(4959만3665명)의 2.2%이며, 지난해 보다 24.2%(21만5543명)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제결혼의 경우 2005년에는 그해 국민 결혼 13.6% 즉 국민 8쌍 중의 1쌍이 국제결혼이었고, 2006년부터는 11% 시대 즉 9 쌍 중의 1쌍이 국제결혼을 하고 농촌의 경우 40%가 국제결혼을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면 왜 한국에 이주민이 증가하는가? 그 이유는 글로벌 시대의 특징과 관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일 년 이상 자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이주하는 사람들이 약 191백 만 명(2005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6,470백만 명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65-70%가 생계유지나 새로운 일자리의 추구 등 경제적 이유에서 이주를 한다고 한다. 이주의 증가는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에 의해 파생된 ‘빈곤의 세계화’에 그 원인이 있다. 각국의 개발정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거센 물결이 저개발국가의 빈곤을 갈수록 심화시키면서 노동력의 담보자인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는 이주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저개발국가에서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일손이 부족해서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게 된다. 여성의 이주가 증가하는 이유는 빈곤의 세계화 속에서 ’빈곤의 여성화‘ 현상이 심화되고, 그 빈곤의 여성화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성들의 이주가 대안으로서 ’이주의 여성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경우 이주인구의 70%가 여성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전지구적 이주 상황 속에서 한국의 경우 저출산·고령화 현상 및 생산직종 기피로 인한 노동력 부족, 국제결혼의 증가, 동포에 대한 입국문호 확대 등으로 외국인노동자, 결혼이주자, 외국적동포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 다문화사회로의 돌입
2008년 말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인구 일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나라가 11개국, 2천명 이상은 22개국에 이르며, 20개국과는 쌍무협정에 의한 노동자를 유입하고 있으며, 126개국과 국제결혼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나라를 통해 이주민 일백만 명 시대를 돌입하자 정부와 언론에서는 바야흐로 한국이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 ‘다문화 시대’, ‘다문화 사회’라는 용어는 정부의 문서와 외국인 관련 정책에서 먼저 시작된 용어다. 지난 정부시절부터 외국인 이주자 특히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자녀의 사회통합을 국정과제로 삼게 된다. 지난 2006년 4월 26일 국정과제 현안으로 “여성결혼이민자의 사회통합과 열린 다문화사회 실현”을 비전으로 하는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에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공생사회”라는 말이 언급되었고, ‘다문화가정’, ‘다문화교육’, ‘다문화주의’ 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2007-2008년 제정된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서는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사회에 본격적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으며(재한외국인기본법, 2007년 외국인정책 기본계획), 행정자치부의 외국인지원조례에서는 이주민을 우리 주민으로 설정하면서 “다문화 열린사회”를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한국정부와 사회는 결혼이민자 등 정주 이민자의 출현을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근거로 삼고 다문화 사회는 “민족적 문화적 다양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사회”라고 정의하고 있다.
3. 다문화 담론의 현상
이렇게 정부가 국정과제 현안으로 ‘국제결혼가족’을 ‘다문화가족’이라는 말로 바꾸고 다문화가족을 이야기 하고 다문화사회를 언급하자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벌집을 쑤시어 놓은 것처럼 ‘다문화’, ‘다문화주의’라는 용어가 화두를 넘어서 ‘다문화’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 사업프로젝트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범람의 시대를 맞게 된다. 어차피 한국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이상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국민들이 단일민족사상이나 순혈주의 등을 극복해서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나쁠 것도 없다. 그련데 문제는 정부의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주민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다문화담론이다. 정부는 입으로는 “열린 다문화 사회”를 말하면서 정책은 ‘사회통합’이라는 미명하에 동화적 성격을 추진하고 있고,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 근거로 다문화사회 대상을 합법적 체류자로 제한함으로써 이주노동자의 절반인 현재 20여 만 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소위 불법 체류자)를 배제하는 왜곡된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 한국정부가 이렇게 미등록노동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은 이주민을 인간이 아니라 국가 자원이라는 도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이주민의 인권보다는 국익과 국가안보를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문화 담론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에 두 가지 지점이 있다. 하나는 한국의 다문화 담론의 장에서 다문화의 담지자들인 이주민들은 주체가 되지 못하고 대상화되고 있다는 지점이요, 다른 하나는 다문화주의가 무엇이냐 하는 정의 담론과 외국의 담론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담론이 형성되다 보니 그야말로 담론에 치우쳐 정작 다문화의 담지자로서 다문화의 주체가 될 이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소홀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이런 지적은 “열린 다문화 사회”를 주창하는 한국 사회, 다문화주의 담론이 트렌드가 된 우리 사회에서 과연 다문화의 담지자인 이주민이 존중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에서부터 비롯된다. 다문화지상시대에 정작 다문화의 담지자인 이주민들이 다문화의 주체로서 존중받고 있는가? 이주자에 대한 존중 없이 다문화 사회를 이야기 하는 것은 그야말로 허구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필자는 이주민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다문화 사회라고 하는 것은 유엔인권선언에 기초하여 “다문화의 담지자들이 모든 생활영역에서 인종적, 민족적, 성적, 문화적 차별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다문화의 담지자인 이주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사람답게 살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다문화사회 속에서의 기독교의 과제라고 규정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논의 보다는 이주민의 인권존중을 위해 기독교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인권지수를 살필 때는 보다 취약한 계층의 인권을 중심으로 살피는 바, 여성이주민이 남성이주민에 비해 인권이 더 열악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여성이주민의 인권상황을 중심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Ⅱ. 이주민 인권실태
1. 이주노동자가 직면하는 인권침해
한국의 경우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기초산업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람들이 가지 않는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소위 3D업종(difficult, dangerous, dirty)에서 일하며 한국경제에 일손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실제로 한국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자국 경제를 받쳐주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고마움 보다는 무시와 차별로 일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노동권 침해와 기본권 침해 등 다양한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지위의 취약성, 열악하고 차별적인 근로환경(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언, 폭행, 비하 등), 배타주의적 문화로 인한 적응곤란, 사회복지 서비스의 부족, 비인도적인 단속과 추방”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는 특히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있지 못한 이주민에게 극심하게 자행되었는데,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비극적인 여수외국인보호소의 참사사건, 미란다 원칙을 무시한 인간사냥과도 같은 미등록노동자 단속실태상황, 임산부여성을 강제추방한 경우, 강제단속을 피하다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 예배당에 출입국 직원이 구둣발로 난입한 사건, 이주노조운동을 했다고 표적 단속하여 강제출국 시킨 사건 등 여러 가지 인권유린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2. 이주여성노동자의 인권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남성 이주노동자 보다 더 다중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이주 여성들은 인종차별과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계급 차별 외에도 여성이기에 당하는 성차별로 삼중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저임금, 인격모독, 성폭력, 가정폭력, 모성보호의 부재, 인신매매성 이주의 문제와 맞물린 인권침해와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의 경우 남성노동자와의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성희롱, 강간 등 성폭력과 같은 이중의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임신, 유산 후에도 사업주의 눈치를 보며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서, 조산이나 미숙아를 낳는 등 모성 보호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이주여성노동자의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성폭력 앞에서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이주여성노동자의 12%가 성폭력의 경험이 있다. 사업장 내 성폭력 경험에 있어서는 12.1%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중 30.4%가 신체 만지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였다. 2006년 천안, 아산지역 일부 농장과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한국인 업주나 동료들의 성노리개로 전락하고 있음이 고발된 바 있다.
3. 이주노동자 아동의 인권문제
법무부에서는 국내 이주노동자 자녀들 중 15세 미만이 약 2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동권에 대한 국제협약에 의하면 아동은 어떤 경우에도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일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생존과 발달의 원칙이 고려되어야 하고 특별보호조치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국제아동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에서 이주민의 자녀들은 아동권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일 경우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역시 불법체류자로, 한국에서 무국적자로서 성장하게 된다. 이들 아동들의 경우 부모 한쪽 혹은 양쪽이 불법체류자로 단속되어 본국으로 추방될 경우, 아이만 남겨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사회보장제도, 교육을 포함한 사회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4. 유흥업에 유입된 이주여성
이주여성의 성산업으로의 유입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유입과정에서 대부분 경우 인신매매 과정을 걸친다는 것이다. 성산업으로 유입은 생산직 공장 취업 미끼, 국제결혼을 빙자한 경우, 공연예술 빙자 등 전형적인 취업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공연예술비자로 들어 온 여성들의 성매매 시장으로의 유입이 가장 심각한 현상이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기지촌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한국여성에서 외국인여성들로 대체되고 있는 바,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여권을 업주에게 압수당하고 나체쇼나 성매매를 강요, 화대를 착취, 위협이나 협박, 구타, 강간 등의 폭력에 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5.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인권실태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국제결혼 증가추세에 비례해 이혼율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농촌 지역이 도시보다 이혼율이 높다.. 이렇게 이혼비율이 높은 것은 결혼방식이 신랑이 모든 비용을 대고 가난한 나라에서 신부를 데리고 오는, 매매혼적 결혼방식에 의해 파생되는 한국가족의 인식과 문화적 갈등, 의사소통 부재, 국민들의 편견어린 시선을 근본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개업에 의한 매매혼적 결혼은 아시아 배우자에 대한 학대와 유기, 착취 같은 가정폭력을 유발하고 그 결과 혼인파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다문화가족의 안정을 위해서는 매매혼적 국제결혼의 문제 해결과 성평등과 다문화에 기초한 인식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1) 이주여성의 성차별적 인종차별적 상품화
현재 가난한 저개발국 여성들과 한국남성들과의 국제결혼에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국제결혼 과정에서 파생되는 여성의 상품화다. 이는 여성들의 존엄성을 해침은 물론 이로 인해서 많은 인권문제를 야기시킨다. 한국인들 뇌리에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돈 주고 사온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고착시키고 그 결과 여성은 가정폭력과 인격모독, 유기, 경제를 위한 노동활동 강요와 임금갈취 등, 인권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2) 한국사회 적응과정에서의 문제
결혼이주여성들이 적응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갈등, 자녀양육의 어려움, 경제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다문화가족이란 이름 자체가 서로 다른 문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가족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정책이나 국민인식을 보면 다양성을 존중하기 보다는 한국문화로의 동화를 강조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사회주의권 나라 출신이거나 모권제 유습을 가진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서 한국보다 양성평등적인 가족구조와 가족문화를 갖고 있다. 이 여성들의 문화가 존중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한국의 가부장적 문화 수용을 강요당하는데서 문화적 갈등이 일어나고 이 갈등이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로 이어지거나 혼인파탄의 주요원인이 되기도 한다.
3) 국제결혼가정 자녀의 인권문제
2008년 현재 국제결혼가정의 자녀는 약 50,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국 초·중·고교에 다니는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08. 4월 18,778명으로 ’06. 4월 7,998명에 비해 2년 만에 10,780명 증가했다.(교과부, ’08년). 이들은 혼혈인이라 하여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가정이 빈곤하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지지를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국제결혼 가정 자녀에 대한 차별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사회적 인식 개선작업과 이들의 전인적 성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주 여성들은 일반적인 인종차별과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계급 차별 외에도 여성이기에 당하는 성차별로 삼중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저임금, 인격모독, 성폭력, 가정폭력, 모성보호의 부재, 인신매매성 이주의 문제와 맞물린 인권침해와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심각해지자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에 외국인 여성들이 국제결혼 브로커, 인신매매자, 그리고 배우자에 의한 착취와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책들과 방안들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단일민족사상이 타민족에 대한 배타로 이어질 수 있음으로 이에 대한 조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유엔인권선언의 정신에 의하면 차별은 곧 폭력이다. 이주민에게 가하는 차별은 곧 이주민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인식전환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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