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와 다문화

새로운 문해교육현장으로서 이주여성 문해교육의 가능성

한국소금 2018. 3. 4. 15:08

새로운 문해교육현장으로서 이주여성 문해교육의 가능성

종종 문해교육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에서 새로운 문해교육의 현장-다문화사회라는 강의를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앞으로 문해교육의 비전은 이주민 문해교육이다.”라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국민의 비문해자 비율은 월등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등하교까지 무상교육인 나라의 경우 비문해자 비율이 점점 줄어 자국민 문해교육 예산은 줄어들고 있고 상대적으로 이주민을 위한 문해교육 예산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이 추세를 따라갈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이주민을 위한 교육은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도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해교육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 문해교육 정의에 의하면 문해교육은 기초문해, 비판문해, 문화문해, 가족문해 등 여러 단계의 문해교육이 있다.

문해교육이란 일상생활과 직업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초능력을 기르는 문해력,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공통으로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를 기르는 직업기초능력, 시민으로서의 생활, 사회적 참여자로서의 생활, 가정구성원으로서 생활 등 삶의 모든 국면에 전이가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역량을 기르는 것(임언2009, 직업능력개발에서 문해교육의 의미)”이다. 이주민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들이 한국어 기초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성인이기 때문에 성인교육의 차원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교육의 최종 목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주민 특히 결혼이주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한국생활 적응을 위한 기본적인 한국어교육을 넘어서 평생교육 개념으로서의 포괄적인 문해교육 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해교육을 문해력 증진, 직업기초능력 향상, 삶의 모든 국면에서의 역량강화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는 것은 이주민의 입장에서, 특히 결혼이주민의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개념이다. 특히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비문해자들과 달리, 자국어로는 문해자이면서 한국어 비문해자인 이들의 기초문해로서의 한국어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이주민에게 있어서 한국어교육은 의사소통이나 생활상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생존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6년 이후 실시되고 있는 정부의 결혼이민자 교육은 문해교육 관점에서 보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한 결혼이주여성의 교육은 기초문해교육에서부터 생활문해, 직업문해까지의 발전적인 단계를 거치고 있다. ‘문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내용상으로는 문해교육의 틀로 진행됨을 볼 수 있다.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은 성인문해교육의 중요한 장이다. 이주민을 위한 문해교육에서 몇 가지 고려되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는 단계별 문해 교육이 고려되어야 한다. 귀환을 전제로 하는 이주노동자를 위해서는 읽고 쓰고 한국어로 셈하는 능력과 사회경제적인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능력(기능문해)으로 나아가는 문해교육의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결혼이민자나 한국에 영주권이나 귀화할 이주민을 위해서는 기초문해와 기능문해 단계를 넘어 국가의 주체적인 시민으로,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기초적 능력으로 확대하는 비판문해로까지의 문해교육(박인종2009, “2009년 성인문해교육의 정책 동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점은 이주민의 시민으로서의 자리매김을 목표로 하는 결혼이민자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둘째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열린 다문화사회비전으로 하는 한국사회에서 이주민의 문해교육을 위해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문화문해(Cultral Literacy)’가족문해(Family Literacy)’ 개념(박인종 2009)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를 주장하면서도 일반적으로 언어와 문화와 관련한 문해는 이주민들에게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진정한 다문화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주민들이 한국문화를 배우는 것 못지않게 한국인들이 이주민 문화를 배워야 한다.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사는 한 한국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들과 같이 한국인들은 이주민 문화에 대해 문맹에 가깝다. 한국인들도 문화문해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문해교육에서 가족문해 개념을 도입할 때 평등가족으로의 결합력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결혼이민자만 한국어를 배워 의사소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가족도 결혼이민자의 기본적인 언어를 배워 가족 간에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주민이 한국생활문화를 배우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양성평등문화를 가진 결혼이민자에게 한국의 가부장문화와 소통하게 할 것이 아니라 가부장문화를 가진 한국사회가 여성결혼이민자의 양성평등적 문화를 배워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문화가정에서 양성평등문화와 가부장문화 사이의 충돌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문화문해’, ‘가족문해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다문화가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사회통합을 위한 차원에서의 문해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부간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문화문해, 가족문해는 매우 중요하다.

문해교육의 목적으로 한국어교사를 양성할 때 유념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누구를 위한 한국어교육인가?”하는 물음이다. 원래 한국어교사 교육은 한국 사람과 한국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특정한 목적에서 한국어가 필요한 사람이나 국외교포나 외국에서 한국어를 교육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런 사람을 위해서는 한국어교육 능력 증진만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주민을 위한 교육을 할 때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주민에 관한 특별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교사를 양성할 때는 그 교과 과정에 세계화와 이주노동의 문제, “내 안의 인종차별의식 깨기등 인권교육과 문화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이주 교육현장에 나갔을 때 이주민에게 배척을 당할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본국에서 고학력출신들이 많다. 그러나 여성결혼이민자는 초기에는 고학력출신자들이 많았으나 점차 학력이 낮아지고 있거나 본국의 학력이 한국에서 인정되지 않는 예도 있다. 최근에는 무학출신들의 결혼이민자들도 늘고 있다. 이들이 한국어를 습득한다 하더라도 검정고시를 쳐서 학력을 인정받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런 결혼이주민의 현실을 참작해서 문해교육 시스템을 통해 한국어를 비롯한 영어, 수학기초 등의 기본적인 과정을 학습한 다음 초등학력이나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 한국의 교육현장을 고려하여 결혼이민자가 평생교육시스템을 통해 중학교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면 결혼이민자의 미래를 위해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민자로서 한국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학습 내용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주민의 교육에서 문해교육의 접근이 필요하다(전은경 2009, 다문화 관점에서의 문해교육의 의미).”는 말처럼 이주민의 한국사회 적응과 통합을 위한 교육은 문해교육 차원에서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문해교육이 평생교육의 기본이자 핵심(이지혜 2008, 문해교육의 발전과 동향-문해교육의 비전과 과제)”이라는 점에서 이주민은 평생교육의 장으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셈이다. 이주민 문해교육은 단순히 한국사회 적응을 높이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이주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주변에서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힘을 갖게 하는 가능성으로서의 문해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혼이민자 문해교육을 통해서 가부장적 가족문화를 양성평등문화로 바꾸고, 시혜대상화 하고 있는 이주민을 한국사회의 주인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이주민 문해 교육은 살아있는 문해교육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한 제도와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2012.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