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현장과 신학

이주여성, 우리의 자매입니다

한국소금 2018. 4. 4. 17:10

이주여성, 우리의 자매입니다.

                                                                                                         한국염(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청암교회 목사)

 

1. 빈곤의 여성화와 이주의 여성화

 

전 세계적으로 일 년에 185백 명 이상의 인구가 자기 나라를 떠나 이동을 한다. 이중 65-70%가 생계유지나 새로운 일자리의 추구 등 경제적 이유에서 이주를 한다고 한다. 이 경제적 요인에 기반한 이주의 증가는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에 의해 파생된 빈곤의 세계화에 그 원인이 있다. 각국의 개발정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거센 물결은 저개발국가의 빈곤을 갈수록 심화시키며 노동력의 담보자인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는 이주를 하게 된다.

한편 이러한 이주노동의 증가 현상에서 눈이 띠는 것은 여성의 이주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지구촌의 불평등적 경제구조는 상대적으로 빈곤의 여성화 현상을 유발하며, 이 악성적인 빈곤의 여성화가 이주의 여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2003Asian Migrant Year BookUNIFEM의 보고에 의하면 약 2000만 명의 아시아여성들이 타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스리랑카가 85%, 인도네시아가 70%, 필리핀이 69% 등 이주노동인구의 70% 이상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이주의 여성화라고 한다. 이 흐름을 타고 아시아 여성들은 가사노동이나 공장노동, 성산업에서 일을 하며 때로는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를 하는 이주의 여성화현상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여성의 이주가 단순히 빈곤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결단이라는 측면도 있다.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정책으로 인해 아시아에서 한국으로의 이주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이주의 여성화 현상에 따라 이주를 생존과 꿈을 펴는 대안으로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경제적 상승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갖고 한국에서 나름대로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주를 택하는 것이다.

 

. 한국 이주여성의 실태와 과제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여성들은 유입과정과 일의 성격을 기초로 하여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산업연수나 고용허가제, 개인적 인맥 등을 통하여 들어와서 비정규직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노동자,

2)결혼알선업체, 종교단체 등을 통하여 국제결혼의 형태로 들어오게 된 이주여성,

3)연예인 비자(E-6)를 통해 입국하여 성산업에 유입된 이주여성이다.


1. 이주여성노동자의 삶

 

어느 이주여성노동자의 외침

 

엄마 돈 많이 벌어올게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아이 시어머니에 맡기고

고향을 떠나던 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내리던 날

야무진 꿈을 꾸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오느라 진 빚 갚고

돈을 모아 고향에 돌아가야지.

 

한국에 와서 한 달 되었을 때꿈이 멀어졌습니다

매일 14시간 일했는데 한 달 받은 월급 80만원

연수생은 노동자가 아니라 그렇다네요.

어머니 아프니 돈 보내라는 전화 받던 날.

가진 돈 탈탈 털어 집에 부치고

잡히면 추방당할 걸 알면서 작업장을 이탈해 불법노동자가 되었습니다.

 

공장장이 몸을 더듬는다며 울먹이는 미얀마 아가씨,

한국어를 몰라 벤졸을 감기약인줄 알고 마신 방글라데시 아줌마

장시간 힘들게 일해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태국 친구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눈물 흘리는 네팔친구

사장이 월급을 몇 달 째 안준다며 걱정하는 자취집 친구

허리를 다치고도 일을 해 디스크가 되고

병원비가 없어 치료도 못하는 우즈베키스탄 아주머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를 악물고 일을 했습니다.

 

햇빛도 안 드는 지하방에 살며

아끼고 또 아껴 빚진 브로커 비용을 갚았습니다.

다달이 번 월급 중에 반은 고향에 부치고

반은 모아서 몫 돈을 마련해

고향에 돌아가면 장사를 해야지 계획했지만

집수리한다, 아이 아프다, 시동생 장가간다 돈 보내라...

피땀 흘려 번 돈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리고

헛개비 같은 몸 위에 찬바람만 휘휘 몰아칩니다.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불법체류자 단속에 일자리가 없네요.

사장님은 일 잘하는 나를 쓰고 싶다는데 한국정부는 안된다네요.

불법체류자는 나가라네요.

차라리 고향에 가버릴까?

오랜 세월 떨어져 아이가 나를 기억할까?

남편은 나를 반길까? 염려되는데

고향에 돌아간 친구 말이 돌아와도 일할 곳 없으니

차라리 힘들어도 여기서 버티라네요.

반가운 것도 두 달, 가지고 간 돈은 다 떨어지니

밖에 나가 돈 벌어오라식구들눈칫밥에

또다시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난다고요.

식구들 생계 때문에 일하고 돌아와도

정착 못한 채 또 떠나야 하는 끝없는 여성의 이주,

누가,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까요?

 

이글은 한 이주여성노동자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고 쓴 글이다. 이 글에는 한국에서의 이주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빈곤의 여성화로 인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남의 나라로 이주노동을 하게 되는 과정, 또 한국에 들어와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주거환경, 성폭력의 위험 노출, 특히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상의 제약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 등 인권의 문제가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돌아갈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귀환의 문제가 있다.


이주여성노동자의 현황과 문제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는 노동권 침해와 기본권 침해 등 다양한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법적 지위의 취약성, 열악하고 차별적인 근로환경(장시간 노동, 저임금,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언, 폭행, 비하 등), 배타주의적 문화로 인한 적응곤란, 사회복지 서비스의 부족, 비인도적인 단속과 추방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권불감증을 가장 보여주는 것이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사건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여성노동자는 전체 이주노동자 중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주노동자 일반보다 더 다중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 이들 이주여성노동자의 경우 임금차별은 물론이고,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의 성폭력 등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낮에는 노동자로 시달리고, 밤에는 업주들에게 성상납이나 성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모성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임신을 할 경우, 작업장 환경 때문에 유산이나 조산, 미숙아 출산과 기형아 출산 등의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본인 자신이 공해병에 걸리기도 한다. 2005노말핵산에 중독되어 앉은뱅이 병에 걸린 태국이주여성노동자들의 경우가 그 단적인 예다. 여성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본다면 1)여성 차별적 임금과 대우 2)모성보호와 육아지원의 부재 3)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4)성 산업에의 유인 강요 5)여성기숙사의 부족과 같은 특유한 인권문제에 노출되어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등록노동자의 경우 이러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불법체류자라는 약점 때문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2. 성산업에서 종사하는 이주여성의 삶

 

한 인신매매 피해여성의 이야기

업주들은 이 여성들에게 한 달에 쥬스를 200잔 이상 먹기를 강요합니다. 물론 클럽 내에서만 한달에 200잔 이상 마신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그들은 티켓을 끊어 이차를 나가야 합니다. 티켓을 끊는다는 것은 곧 성매매를 하는 거예요. 이른 시간에 끊으면 300$, 늦은 시간에 끊으면 150$ ~ 200$에도 된답니다. 이 금액에서도 업주는 70%를 갖고 여성에게는 30%를 주지요. 이 돈은 여성들에게 직접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쥬스 잔으로 계산됩니다. 한 번 이차를 나가면 쥬스 몇 잔을 판 것으로 계산되는 것입니다. 때때로 한국 손님들도 들어오는데 그들은 한국돈 20 ~ 25만원씩 지불하고 여성을 데리고 나갑니다.

여성들은 성매매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달에 티켓이 200잔 이하가 되면 업주로부터 심한 말을 듣거나 월급을 착취당하고, 심한 경우 폭행을 당하거나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추방당하거나 다른 업소로 팔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리고 여성들이 영업시간 이외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금하고 감시합니다. 여성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습니다. 클럽 영업이 끝나면 숙소로 들어가서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낮에는 잠깐 동안 밖에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물론 여권도 업주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클럽 주인들은 완전히 포주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다가 여성이 몸이 아프거나 임신이 되어도 본인의 돈으로 낙태수술도 받아야 낙태수술도 받아야 하고 약값도 지불합니다. 돈이 없는 경우에는 이런 비용도 빚이 됩니다. 임신한 여성들 중에는 아기를 낳기를 바라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낙태를 하지 않으면 계약위반으로 에이전시에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야만 합니다. “

 

현황과 문제

통계에 의하면 현재 기지촌의 85%가 한국여성에서 외국인 여성으로 대치되고 있는데, 이주여성의 성산업에로의 유입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유입과정이 대부분 인신매매 과정을 걸친다는 것이다. 성산업으로 유입되는 이주여성의 경우 생산직 공장 취업 미끼, 국제결혼을 빙자한 경우, 공연예술 빙자 등 전형적인 취업사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공연예술비자로 들어 온 여성들의 경우에 성매매 현장에로의 유입이 심각한 현상이다. 성산업으로 유입된 이주여성 대부분이 여권을 업주에게 압수당하고 나체쇼나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화대를 착취당하며 위협이나 협박, 구타, 강간 등의 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 피해 신고를 할 경우 성매매방지법 적용을 받는다 하더라도 불법체류일 경우 조사가 끝나면 귀국조치 되기 때문에, 또는 범죄조직의 협박이 두려워 신고하는 것을 포기한다. 이들 중에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성매매인 것을 알면서도 택한 여성들 경우도 있는데, 빈곤의 여성화가 빚어낸 폭력이다. 최근에는 주한미군들이 성산업 이주여성과 결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혼하면 가족수당을 받고 고정적인 섹스파트너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기가 끝나면 이주여성 몰래 도망가듯 미국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그 미군과 결혼한 이주여성은 공중에 떠버리는 신세로 전락해서 어쩔 수 없이 성산업 업소로 돌아가야 한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와서 아메리칸 드림을 가졌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신세가 되어버린다.

 

3.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삶

 

어느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이야기

 

18살된 이라는 베트남여성이 우리 쉼터에 머문 적이 있다. 몽은 35살 먹은 남자와 결혼을 해서 한국에 왔는데, 한 달 만에 이혼을 했다고 한다. 말도 안통하고 남편과 둘이 사는 줄 알았는데 시집에 가니 시부모에 장가 안간 시동생, 이혼하고 돌아 온 시누이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말도 안통하고 시집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돌아가겠다고 해도 들어주니 않자 칼로 손목을 그었다. 시집 식구들이 겁이 나서 이혼을 해주었는데 이혼을 할 때는 베트남에 돌아갈 비행기 표를 사준다고 했는데, 이혼을 하고서는 네가 원해서 한 것이라 비행기표 사줄 수 없다.’고 했다. 여차해서 우리 센터에 오게 되었는데 우리와 만나서 하는 첫 마디가 배고파였다. 통역을 통해서 한국에 오게 된 사연을 들었는데 기가 막혔다. 옆집에 사는 평소 이모라고 부르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베트남 브로커들의 이야기를 듣고 와서 몽의 부모에게 몽을 한국 사람에게 결혼시키자고 제의를 했다. 몽의 부모는 딸이 한국에 가면 편히 살 수 있고 또 한국사람이 부자라 친정에 다달이 돈을 부쳐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딸을 한국남자와 결혼시키기로 했다. 그때 몽은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도 있었는데. 싫다고 했더니 돈을 이미 받았고 계약을 위반하면 세배로 물어야 되니 안된다고 강제로 밀어붙였다. 하는 수 없이 이모를 따라 호치민 시로 갔더니 어떤 집에 베트남 아가씨들이 여러 명 모여 있었다. 한국 남자들이 들어 와 그 아가씨들을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점을 찍어 데리고 나갔다. 몽도 그런 식으로 뽑혔고, 그 다음 날 결혼식을 하고 한 달 후 한국에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걸려 있는 베트남 처녀 국제결혼의 실상이 바로 이런 것이다. 몽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날 씨받이로 팔려갔던 이조여인 잔학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 딸보다도 어린 몽이 가엾어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했는데, 정이 들었는지 나를 보면 엄마!”하고 달려와 허리를 껴안고 웃었다.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고 해서 마침 베트남 역사기행 가는 팀이 있기에 그 편에 보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이혼을 수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몽은 베트남에 돌아가도 부모가 있는 것에 가서 살 수가 없다. 다른 곳에 사는 오빠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떠나는 몽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싸했다.

몽처럼 어린 여성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기 집안 형편을 알기에 스스로 결정하지만, 그 과정은 몽의 경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얼굴 한 번보고 남자의 진면목도 모른 채, 가정을 위해 아니면 다른 삶을 개척해 보고자 이주를 택한다. 막상 한국에 와보면 듣고 생각했던 바와 너무 달라 사기당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도 기왈 왔으니 잘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무엇보다도 배타적인 한국 사람들 속에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황과 문제

통계에 의하면 2005년 한 해 국제결혼이 43,121건으로 전체 결혼의 13.6%를 차지한다. 이는 국민결혼 8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임을 의미하는데, 이중 한국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이 11,941명으로 27,7%인데 비해 한국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31,180건으로 72.3%. 이 국제결혼은 한국에 이주해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동남아여성들의 욕구와 한국여성과 결혼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는 한국남성들 특히 농촌총각들의 결혼을 위한 대안적 통로로서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사람들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지구화시대에 국제결혼이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아시아여성과 한국남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국제결혼은 재고해보아야 할 문제다.

 

인신매매적 결혼의 문제

한국남성과 아시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국제결혼 과정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매혼적 결혼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 들어 와서 부닥치는 인권침해와 사회통합의 문제다. 현재 가난한 제삼세계 여성들과 한국남성들과의 국제결혼은 전통적 개념의 결혼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상업화된 결혼시장을 통해 알선되며 인신매매와 이주의 경계선 상에 놓이게 된다. 매매혼적 국제결혼의 가장 심각한 폐해는 아시아 여성의 상품화. “후불제, 염가제공, 숫처녀, 절대 도망안감등의 현수막이 보여주듯이 국제결혼중개업에게 아시아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다. 문제는 이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국제결혼광고를 통해, 결혼비용을 들여서 결혼하는 한국남성들은 상대 아시아 여성을 존엄한 인간으로 보다는 자기가 돈을 주고 사온 상품으로 보게 된다. 또 한국사회는 결혼이주여성을 돈에 팔려 온 심청이정도로 생각하면서 이 여성들을 주체적인 인간이 아니라 동정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해버린다. 또한 순종적이고 순결하고 일부종사, 부모님 모시기 좋아함등 국제결혼 중개업의 사이트는 아시아여성을 가부장적 이미지로 왜곡하여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더우기 집장촌에서 남성들이 여성의 성을 구매하듯 여성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남성들이 선택하게 하는 이 국제결혼 과정은 국제결혼으로 이주해 온 여성들의 존엄성을 해침은 물론 많은 인권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권문제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직면하는 가장 큰 인권침해는 가정폭력을 비롯해서 인격무시, 유기 등의 학대, 경제를 위한 노동활동 강요 등, 인권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를 볼 수 있다. 신부와 신랑의 나이 차이가 평균 10살이고, 많은 경우 20살에서 30살 이상의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자기 배우자에 대해 도망갈지 모른다.’는 의혹을 갖고 살다보니 의처증으로 인해 가정폭력(12%)이 빈번히 발생한다. 아내구타와 함께 넌 내가 돈 주고 사왔다.”라는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하여 외국인 아내의 자존심을 짓밟는다. 아내가 싫증나면 나가라고 괴롭히고 내쫒거나 이혼을 종용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이혼을 당하는 여성들도 있다. 문제는 이혼을 하면 한국에 체류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이주여성들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이주민 아내의 경제적 문제를 돕고자 결혼해서 들어 온 이주여성에게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는데, 그게 이 여성들의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인 남편이 자기는 놀면서 아내를 취업시켜 착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한국인 남편에게 인권침해 당하는 근간에는 혼인이 해소되면 이주여성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체류 불안정 문제가 있다. 2년 있으면 국적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그 국적 신청도 남편이 보증을 서도록 되어 있고 일 년 마다 연장하는 체류연장 신원보증을 남편이 하도록 되어 있어 남편들이 이걸 무기로 삼기도 한다. 작년에 인권단체들의 운동 덕분에 가정폭력 등 남편의 잘못으로 혼인 파탄이 되거나 한국인 사이에 아이가 있을 경우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체류법이 개정되었지만 한국말도 잘못하는 이주여성들이 결혼 파탄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권 지향적 법을 만듦과 동시에 한국인 남편과 가족의 이주여성을 보는 시각, 국제결혼을 돈 주고 사오는 여성 정도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사회 통합의 문제

한국어를 모르고 국제결혼해서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의사소통이 안 되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은 퇴근하면 자기의 사생활이 있는 반면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어가 익숙해질 때까지 의사소통도 안되는 가운데 한국가족과 산다는 것은 사실상 창살없는 감옥생활이나 진배없다. 뿐만아니라 서로 문화가 다르다 보니 가족과 갈등이 일게 된다. 그런데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구 사회주의권에서 온 사람들로 한국보다 여성의 지위도 높고 양성평등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고려되지 않고 한국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에 편입되다 보니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주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법을 만들고 있지만 그 기본이 동화정책으로서 가부장적인 한국 가족문화를 개선하기 보다는 이주여성을 한국가족에 편입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다보니 자연히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주여성은 여전히 소외되고 주변화되고 있다. 여기에 2005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가 보여주듯이 국제 결혼한 한국가정의 52.9%가 최저생활 층이다. 빈곤을 탈피하고자 한국행 결혼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의 빈곤계층과 결혼을 해서 또 다른 빈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빈곤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계층적 빈곤 대물림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한국사회에 큰 숙제로 남겨질 것이다.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계인권조약은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갖고 태어났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이 조약의 근거는 창세기 126절 이하의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엄한 존재다.”라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권정신을 인지하고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요, 교회에서는 이주여성도 하나님의 형상임으로 차별해서는 안 됨을 인식하고 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대책을 세우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특별히 교회에서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이 죄임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갈라디아 328절에서 바울은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라고 선포하고 있다. 이 성구는 바울의 독창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초대교회 당시 세례 고백문이다. 세례를 받으려는 사람은 이 고백을 해야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고백문은 구체적으로 유다인과 그리스인이라는 인종차별의 금지, 종이나 자유인이라는 계급차별의 금지, 남자와 여자라는 성차별의 금지를 선포하고 있는 바, 특별히 이주여성은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이라는 삼중적인 범주에 해당되고 있다. 따라서 이주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지상명령과 같은 것이다.

이주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우리는 그 모델을 룻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구약 룻기에 보면 룻은 기근을 피해 모압에 피난 온 유다인 남자와 국제결혼을 한 여성으로서, 시어머니인 나오미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자기 종교까지 버리면서 힘없는 시어머니 나오미와 동행을 하였다. 룻이 어머니의 하느님이 내 하느님 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유다교가 우월해서 그리로 개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오미의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늙고 힘없는 시어머니 나오미와 동행하기 위해서 자기의 하느님까지 포기할 각오로 나선 것이다. 개종이 우선이 아니라 힘없는 자와의 연대정신이 우선함을 보여준다. 교회가 개종시키기 위해 이주여성에게 잘해주는 것은 방향성이 잘못된 것이다.

한편 이주여성노동자가 되어 유다에 온 룻과 나오미를 대하는 보아스를 통해 우리는 이주여성을 대하는 자세를 배우게 된다. 룻이 이주여성노동자라면, 나오미는 동포이주여성이다. 보아스는 나그네를 돌보라는 율법정신에 따라 이방인 룻이 편하게 이삭줍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일꾼들에게 성추행을 못하도록 배려해준다. 그리고 밥을 나누어 먹는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같은 공동체가 되었음을 뜻한다. 급기야는 자기의 이권을 포기해가며 룻과 결혼해서 룻과 나오미의 생존권을 확보해준다. 보아스는 이주여성들과 아무런 조건 없이 연대하는 사람들의 상징이며, 한국교회의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 선교를 위한 이상적인 모델이다.

하나님은 온갖 다른 종류를 내시고 참 좋다!”고 감탄하셨다. 다양한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신앙이다. 우리사회는 이미 외국인 1%시대, 91개 나라의 여성들이 결혼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다민족 공생사회로 접어들었다. 다민족 사회에 걸맞게 우리나라에 찾아 온 이주여성을 존중함으로 참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이주여성을 우리의 자매로 받아들이고 이주여성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 그땐, 룻의 말처럼 "당신의 하느님!“나의 하느님!“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2009년 가톨릭잡지에 개재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