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이번 교단총회가 “교회여 일어나 화해의 대로를 열어라!”라는 주제로 열리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우리 교회가 열어야 할 화해의 대로는 인간중심을 넘어 생태적으로, 남남갈등을 넘어 남남 화해의 길로, 남북대결을 넘어 한반도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화해의 길이라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마침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의 평화를 위한 화해의 길을 여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맡겨진 사명임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화해와 상생의 길에서 간과되는 것이 남성과 여성간의 갈등이다. 특히 교회 안에 자리잡고 있는 남녀 갈등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고 화해를 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중심의 교회에서 남녀의 갈등은 여성이 침묵하고 문제제기를 안하면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화해의 사명을 가진 교회에서 남녀 갈등을 극복하는 것, 성평등’을 통한 화해의 길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와 여자는 하나다.”
교단이 ‘화해의 대로’를 주제로 삼으면서 “주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다” 라는 에베소서 4장 5-6절 말씀을 성서적 전거로 제시하였다. 이 말씀에 따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서 당연히 남성과 여성은 하나여야 하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주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라고 한 이 말씀을 강력하게 뒷받침 해주는 성서말씀은 갈라디아 3장 28절의 말씀이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 바울은 “유다사람이나 그리스 사람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차별이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기 때문입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서로 대립되어 갈등을 빚고 있던 대상들이 하나임을 선언하고 교회에서 유다인과 이방인 이라는 ‘인종차별’, 종과 자유인이라는 ‘계급차별’, 남자와 여자라는 ‘성차별’을 금지한 것이다. 사실상 이 갈라디아 3장 28절 이 본문은 세례를 받을 때 초대교인들이 고백한 신앙고백문을 바울이 인용한 것으로서 이런 신앙고백을 하지 않으면 세례를 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당연히 세례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일 수밖에 없고 하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여야 할 교회에서 남자와 여자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한국 교회에서 남녀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여성의 참여율을 보면 잘 들어난다. 자타가 진보적이라고 인정하는 우리 교단의 여성의 위치를 보자. 우리 교단에서 남자와 여자의 비율은 목회자의 비율이 : , 장로의 비율은 이다. 총회기구를 보면 총회의 제반 사항을 결의하는 실행위원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이고, 위원회 참여비율은 이다. 특히 교단의 최종 결의기구인 총대비율은 남성 700: 여성 17로 그야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참여율을 제시하면 “여성이 권력기구에 왜 들여가려고 하느냐, 그리스도인의 본분인 섬기는 직분을 충실히 하면 되지.”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섬기는 일이란 여성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인 모두가 해야 할 본분으로서 남성들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총회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남성의 점유물인 권력구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불의한 권력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의 참여가 배재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결정은 정의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회에서 여성의 참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존엄성을 갖고 있는 여성이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온전성 회복에 참여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정말로 우리 교회가 “주도 하나요,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심을 믿고 고백한다면, 남성중심의 교회에서 남녀평등의 상생과 평화를 위한 화해의 길이 요청된다. 그래서 세계교회협의회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를 ‘교회가 여성과 함께 하는 에큐메니칼 10“년으로 선포하고 교회가 ”여성참여를 높이고, 여성이 교회와 사회에서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을 위해 한 공헌을 인정하고 가시화하며, 여성의 눈으로 여성을 나누는 일”을 하도록 제안했으며 구체적으로 여성참여를 50%로 할 것을 제도화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세계교회협의회는 2001-2010년을 “폭력극복을 위한 에큐메니칼 10년‘으로 선포하고 이를 향한 노력을 교회가 할 것을 선포한 바 있다. 특별히 차별이 곧 폭력임을 선언하고 여성에게 가한 차별을 회개하고 교회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극복하고 양성평등의 시대를 열러가야 함을 강조했다. 내년 즉 2010년은 ”에큐메니칼 10년“이 마감되는 해다. 이 해가 마감하기 전에 교단여성들의 지도력을 넓히고 여성들의 영성을 나누며 이를 교단의 각종 제도와 정책에 반영함으로 차별을 극복하고 평화를 나누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단여성들의 목소리와 지도력을 집약해내고 추동해 내는 화해의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에서의 ‘성평등’ 화해의 길을 위한 헌의안
우리 기장 교회가 화해의 대로를 걷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성평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여성참여가 증진되어야 한다. 양성평등위원회에서는 교회 결의기구에 여성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총회에 두 개의 헌의안을 상정하였다. 하나는 교단의 최종결의기구인 총회 총대 비율을 높이는 안이요, 다른 하나는 여장로 선출 증진에 관한 것이다.
여성총대비율의 증진을 위한 헌의안
양성평등한 교단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을 다루는 회의나 결의기구에서 남성과 여성이 균등하게 참여하여 서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교단의 대표 결의기구인 총회에 참여율은 남성과 여성이 700:16으로서 여성참여 비율이 전체 총대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필히 여성 총대의 수를 증가하여 여성 참여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2011년부터 총회총대 20인 이상(목사10명, 장로10명) 노회는 여성목사, 장로 총대 각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선출하도록(단 여장로가 없는 노회는 예외로 함) 하는 헌의안을 상정하였다. 우선적으로 여장로가 육성될 때까지 일단계로서 한 노회에서 여목사 1명, 여성장로 1명 이상을 총대로 선출하여 총회원으로 참여하게 한다면 40명 이상, 총대비율 5%의 여성들이 총대로서 총회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여장로 비율의 증진을 위한 헌의안
여성참여를 증진하기 위한 두 번 째 헌의한은 <장로 선출시 단계별 여장로 선출 의무화>에 대한 것이다. 우리 교단은 장로교의 원리에 따라 목사와 장로만이 총회 총대로서 결의기구에 참여할 수 있다. 일찍이 우리 교단은 2003년 총회에서 교단의 희년 7대 과제로서 “남성과 여성이 양성평등한 영성으로 파트너쉽을 이루는 것”을 교단 결의로 채택,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여장로 30%에서 50% 권장 사항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단의 실상은 여성 장로의 비율이 6%에 못미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교단에서 남성과 여성이 파트너쉽을 이루어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동참하기가 어렵다. 여장로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권장사항으로는 실효성이 없고 의무화 해야 가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성평등위원회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가 선언한 에큐메니칼 10년이 끝나는 해요, 교단의 희년 선언 7주년이 되는 2010년을 기점으로, 장로교 100주년이 되는 2015년을 정점으로 삼아 여장로의 비율을 높이고자 한다. 교단의 양성평등과 희년 7대과제의 성취를 가시화하고저 “지교회에서 장로 선출시 여장로 비율을 2010년 10%, 2011년 15%, 2012년 20%, 2013년 25%, 2014년 30% 씩 단계별로 선출비율을 증가하도록 의무화하여 장로교 100주년이 되는 2015년에는 교단에서 여장로 비율이 명실공히 30%가 되도록” 하는 헌의안을 상정하였다. ”
양성평등의 샘이 터져나오는 화해의 길로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시편 84:5-6절의 말씀을 비전으로 ‘화해의 대로’를 열 결단을 하고 있다. “주님께서 주시는 힘을 얻고, 순례의 길에 오르는 사람들은 복이 있다. 그들이 눈물골짜기를 지나갈 때에도 그들은 그곳을 샘들이 터져 나오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 기장의 여성들 역시 차별의 눈물골짜기를 성평등의 샘들이 터져나오는 교단으로의 희망과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비전을 갖고 양성평등위원회와 기장의 여성들은 주님이 주시는 힘을 얻어 교단이 천명한 ”화해의 대로“를 열기 위해 헌신할 것이다. 성령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아멘
* 이 글은 지난 2010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회보 7월호에 게재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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