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의 사색터

청암교회 28주년에 부쳐

한국소금 2019. 3. 24. 23:23

청암교회 28주년에 부쳐


28년 전,

세상을 변혁시키려는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어느 교회에서 쫓겨 나 최준수 목사와 함께

울분을 거룩한 분노로 바꾸어 새롭고 작은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똑같은 교회는 세우지 말자,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광야의 외치는 소리가 되자,

그렇게 청운동 한 천막에서 빈들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일년후,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 가입하고

언제나 푸른 바위처럼 든든히 이 땅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교회가 되자,

그래서 이름도 청암교회로 바꾸었습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자 교회를 개방한 어느 날

한 어린이집 교사의 부주의로 천막교회를 불에 날려 보낸 후

우리의 유랑은 시작되었습니다.


둔촌동에 있는 여신도회 은퇴여교역자의 집 베다니 집으로,

넝마주의 하는 사람들의 숙소인 재건대 막사로,

재건대 막사에서는 대원중에 목회자가 한 분 태어났습니다.

청암은 종로 5가 보인빌딩으로 자인빌딩으로 옮겨다녔고

가난한 이웃의 길잡이가 되고자

노동 청소년을 위한 야학을 시작했습니다.


광주 민주항쟁 후 청암은 2대 정지석 목사와 함께 교인들은

민중을 위해, 민중과 함께 하는 민중교회 대열에 섰습니다.

박해가 시작되어 종로 6가로, 창신 3동으로

이스라엘이 바로의 압제를 피해 다니듯,

엘리야가 아합의 손을 피해 다니듯, 옮겨 다녔습니다.

그래도 민중교회는 교회였기에 운동가들의 보호처였고,

노동자들의 의식화 장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창신2동에 와서 낮에는 달동네 가난한 아기들을 위한 탁아방,

밤에는 젊은 노동자와 전교조 선생님들이 어울리는 노동야학,

한밤중에는 운동가들의 열띤 토론의 장으로

나날은 날이 지샐 줄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돌보아 줄 부모가 없는 아이들,

좁고 어두운 집에 있기 싫어 거리를 놀이터 삼아 노는 아이들,

아이들을 위해 3대 최의팔목사와 교인들은 공부방을 열었습니다.


한국에 유사민주주의가 시작되자,

교회를 근거삼아 활동하던 운동가들은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힘없고 기댈 언덕 없는 노동자만 남게 된 청암의 뜰,

치솟아 오르는 원세를 감당할 길 없어 교회는 존폐위기에 몰리고.

큰 결심을 했습니다. “이러단 교회 문을 닫는다.”

교인들이 힘을 합쳐 모금행사를 벌리던 때,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옆에 있는 40평 대지, 2억짜리 건물로 이사하는 95년 겨울,

우리는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하나님은 성남의 한 양말 공장에서 학대받던

8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가 섬겨야 할 이웃으로 보내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물으셨습니다.

오늘날 한국 땅에서 가장 고통 받는 민중이 누구냐?

우리는 대답했습니다. “외국인노동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를 열었습니다.

 

이 땅이 IMF 관리로 들어간 때,

교회가 몸담고 있는 창신동은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끼니를 굶고 거리에서 노는 어린이들,

4대 한국염 목사와 교인들은 이 아이들을 위해 밥집을 열었습니다.

학굥[서 돌아와 공부를 하고 저녁을 먹고 놀고.

그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청암은 또 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오늘 날 너희 땅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웃이 누구냐?”

우리는 대답했습니다. “외국인 여성노동자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 이주여성쉼터를 열었고,

이 쉼터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로 발전을 해

이주여성을 돕는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주께서 우리를 인도하신 길임을 믿습니다.

 

오늘 우리 청암은 28주년 생일을 맞습니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의 돌보심이 있었기에 오늘의 청암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지난 28년의 세월을 통해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그냥 끄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연민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실 줄 믿기에 마음을 놓습니다.

비록 적은 수가 모이는 교회지만,

그 교인 하나하나가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되어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룩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게 은총주소서.


2008년 청암교회 28주년에 부치는 신앙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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