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삶과의 만남(고린도후서 4:16-18)
생의 가을 앞에서
11월은 가을의 마지막 달이다. 실제로는 앞으로 한 두 주가 지나면 가을은 가고 겨울로 접어들 것이다. 가을을 보내면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우린 어떤 열매를 얼만큼 맺었을까?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는 면도 있지만 사실상 겨울을 준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은 겨울이 되어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준비한다. 우리 한국인들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겨우내 먹을 김장을 담는 일에서 겨울을 준비한다. 여러분도 곧 있으면 김장을 담글 것이고, 벌서 김장을 담그기 위해 고춧가루를 비롯해 이것 저것 준비해 놓았을 것이다. 김장을 담글 당일 날 준비하면 힘들다. 겨울을 위한 김장을 담그는 일도 이러한데 하물며 인생의 겨울을 위한 준비는 어떨 것인가?
어느덧 우리도 인생의 가을에 접어들었다. 전에는 70이면 겨울이라고 했지만 백세시대를 맞아 60-70이면 인생의 가을 앞에 서 있는 셈이다. 가을이란 단풍이 타는 계절이다. 들판이 추수가 끝나 텅빈 계절이기도 하지만 단풍이 타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을 허허벌판으로 볼 것인가? 단풍이 불타는 계절로 볼 것인가? 그것은 보는 사람의 자세에 달려있다. 허허벌판으로 보는 사람은 인생의 가을을 허허벌판으로 살것이고, 불타는 계절로 보는 사람에게는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이다. 허허벌판으로 살든 풍요롭게 살든 가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사는 게 가을답게 사는 것인가? 17세기에 한 수녀님은 이런 기도를 드렸다.
언제 나도 이토록 나이를 먹은 것일까?
나이 값을 한다는 것은
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일 게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너그러움을 지니는 것,
남에게 잔소리 안하고 부담을 주지 않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그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아주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로 하여금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삶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17세기 한 수녀의 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시작할 때 미리 계획을 세운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노후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느 시기가 되면 우리는 모두 노후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의 주기마다 자신의 자리를 들여다보고 자기 위치를 재설정 해보는 사람들은 늙음을 수용하고 죽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죽음 앞에서도 두려움과 괴로움으로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보다는 평안하게 당당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있는 노인이 되기 위해서는 늙어감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사도 바울은 나이가 들어 쇠잔해 가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면서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의 나이에 굴종하지 않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고린도후서 4장 16절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나이 듦을 겉모양으로 보지 말고 속사람이 성숙해지라고 권면한다.“그러므로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나날이 새로워 갑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고린도후서 4: 16-18)
이 말이 실감나는가? 우리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어도 젊게 사는 길이 있다. 그것은 겉 사람의 나이로 세지 않고 속사람의 나이로 세는 것이 것이다. 사도 바울 말씀처럼 겉 사람이 늙어가도 속사람이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희망의 메시지다. 그리스도인의 나이란 육체의 나이로 헤아리지 않고 속사람의 나이로 헤아린다. 속사람이 얼마나 성숙해 있는가? 속사람이 얼만큼 성숙해 있는가? 이것이 아름다운 삶을 맞는 것이라고 한다. 바울은 우리에게 신앙인답게 아름다운 노년을 준비하라고 권면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세 가지가 약해진다고 한다. 첫째, 신체적으로 약해진다. 나이가 들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되므로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여 늙어서도 고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건강에 집착하면 오히려 더 늙어버린다.
둘째, 정신과 마음이 약해진다. 젊어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말 한마디가 늙어서는 서운하게 들리고 자신을 서글프게 만든다. 그러므로 서글픈 노년을 맞지 않으려면 정신과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황홀한 노년을 누리는데 필수적인 일이다.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나와 의견이나 행동이 다를지라도 다른 사람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함께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젊은 시절 친구를 사귀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이제라도 친구를 만들자.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그저 주일날 얼굴 보는 사람으로만 스치지 말고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관심 갖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는 사귐을 시작해보자.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와 요한을 보자. 베드로는 나이가 많았지만 젊은 요한과 야고보와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되는데는 나이가 상관없다. 중국인들은 열 살 차이 정도는 친구로 서로 말을 트고 지낸다. 서양에서는 서로 친하면 말을 트며 지낸다. 버릇없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나이를 따져 친구를 만든다. 인생을 속사람으로 정신의 나이로 세지 않고 육체적 나이로만 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인생의 나이를 육체로 세지 말고 속사람으로 세라고 한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셋째, 영적으로 약해진다. 나이가 들면 의지력도 약해지고 정신력도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영적으로 약해지기 마련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을 두려워한다. 삶을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면만 본다. 자기 생각만 옳고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마찰이 생기고 교회에서 마찰이 생긴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이렇다면 “아, 내가 영적으로 약해졌구나!”하고 깨달아야 한다. 영적으로 약해지는 걸 막는 길은 기도하는 길이다. 기도하면서 내 겉사람이 아니라 속사람을 보시는 하나님께 희망을 걸게 되고 그 하나님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없어지게 된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으로 두려움이 없어지면 영적으로도 강해진다. 그래서 사무엘은 “내가 기도하는 일을 그친다면, 그것은 하나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고 하였다(삼상12:23). 대단히 중요한 말씀이다. 나이가 들면 영적으로 약해질 수 있는게 기도하는 사람은 영적으로 약해지지 않는다. 내일을 두려워 하기 보다 기다리게 되고, 새로운 변화와 새 생각에 열려있게 된다. 내가 선하고 바른 길을 가도록 더욱 더 말씀과 기도로 정신을 다스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년이 되어도 자기실현과 자기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한 사람의 인생이 평가되는 건 그가 어떻게 살았는가? 로,
그가 무엇을 얻었는가 보다는 무엇을 주었는가? 로,
신분으로서가 아니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로,
한 사람의 인생이 평가되는 건
참으로 이웃의 진실한 벗이 되어 주었는가? 로 평가된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신문에 쓰이는 평가보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애도하는지로 평가된다고 한다.
가을은 자연의 리듬에 의하면 수확의 계절이다. 우리 인생에게 있어서는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어떻게 풍부한 노년, 완숙한 황혼을 맞을 수 있는가를 자기 삶을 반추해 보고 점검하고 속사람이 새로워지기 위해 결단하는 계절이다.
딕시 윌슨이 쓴 그대의 동산에서 라는 인생계산법을 보자.
그대의 동산은 떨어지는 잎 새로 세지 말고
꽃으로 세며
그대의 날들은 구름꼈던 날들로 기억하지 말고
황금의 시간으로 세며
그대의 밤들은 그늘진 곳으로 세지 말고
별들로 세며
그대의 삶은 눈물로 세지 말고 웃음으로 세며
그대의 과거를 힘겨웠던 고생으로 세지 말고
감사로 세며
그대의 미래를 미지의 불안으로 세지 말고
희망으로 세며
그대의 성공을 우연한 요행으로 세지 말고
은총으로 세며
그대의 업적을 모아놓은 분량으로 세지 말고
보람으로 세며
그리고 이 기쁜 절기를 맞이해서
그대의 나이를 햇수로 세지 말고 친구들로 세어라.
우리 앞에 와 있는 이 계절에 바울의 말처럼 겉 사람에 연연해하지 말고 속사람이 나날이 새로워지도록 준비하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가 나에게 물어 볼 말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마에게 물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상처준 일이 없느냐고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그 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아름답게 가꾸어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가족에게 부끄러움이 없느냐
물을 것입니다.
그때 반갑게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좋은 가족의 일원이 되도록
내 할 일을 다 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을 것입니다.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그때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마음의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아멘
이 글은 2013년 배화여자고등학교 17회 동문회 가을예배에서 한 설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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