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의 사색터

기름을 준비하고 깨어있으라

한국소금 2019. 3. 25. 15:31

기름을 준비하고 깨어있으라

 

오늘 메시지의 내용은 분명하다. 깨어있으라는 것이다. 순간순간의 삶속에서 항상 신랑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깨어있으라는 것이다. 신랑이 언제 올 수 없으나, 깨어서 준비하는 사람들은 신랑과 함께 잔치자리에 들어갈 것이고, 깨어있지 않은 자는 잔치자리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깨어 기다리며 준비하는 사람은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깨어 있으리는 유사한 훈계는 누가복음 25, 10-12, 마가복음의 13,33-37에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 열처녀의 비유는 오직 마태복음에만 나타난다. 다른 본문에는 인자가 언제올지, 주인이 언제올지 모르니 깨어있으라고 하는데 이 본문의 핵심은 인자의 도래에 관한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관한 비유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이 하늘나라를 설명한 비유다. 그 내용을 보면 열 처녀가 저마다 등불을 가지고 신랑을 맞으러 나갔는데, 그중 미련한 다섯 처녀는 등잔은 가지고 있었으나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고,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잔만이 아니라 기름을 담은 그릇도 가지고 왔다. 모두 등불을 가지고 신랑이 오기를 기다렸으나 신랑이 늦게 오는 바람에 잠이 들었다. 막상 신알이 왔을 때는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처녀들의 불이 꺼져갔고 이에 그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보고 기름을 나누어 달라고 하자 우리도 모자라니 차라리 쓸 만큼 사오는 것이 났겠다고 하며 거절했다. 이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고 준비가 된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결혼식 잔치자리에 들어갔다. 미련한 처녀들은 기름을 사가지고 와서 문을 두드렸으나 그 신랑이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 말미에 그러니 깨어있으라고 훈계하고 있다.

 

오늘 이 본문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결혼풍습을 아는게 도움이 된다. 흔히들 여기에 나타나는 열 처녀를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로 파악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는 초대신앙공동체가 신부로 나타나지 않는 때여서 여기서는 신랑 하나에 열명의 신부라기 보다는 결혼식 손님이 더 가깝다. 베들에헴 지방에서는 야간에 결혼행렬을 했는데, 그 행렬시에는 올리브 기름에 적신 헝겊으로 감싼 막대기를 사용하여 그 횃불이 꺼질 때까지 처녀들이 춤을 추었다. 이 본문에 사용된 등불은 횃불을 의미한다. 이 횃불은 처음에 기름을 묻히면 15분 정도밖에 타오르지 못한다고 하는데, 마지막에 가서 기름을 한번 더 부으면 춤이 끝날 때까지는 불이 꺼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 본문에서 처녀들은 신부의 집 근처에서 불타는 횃불을 들고 신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슬기로운 처녀들은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별도로 기름통에 기름을 준비하였다. 신랑이 오는 시간이 지연되어 횃불이 거의 타버렸지만, 조느라고 그걸 알아채지 못하였다는 것이 본문의 배경이다.

 

그런데 이 본문의 비유에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자기 불이 꺼져가는 것을 본 다섯 처녀들이 기름을 나누어 달라고 애타게 부탁하는데도 슬기롭다고 하는 다섯 처녀들이 거절한 것이다. 또 기름집에 가서 기름을 사가지고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자 신랑이 나는 너희를 모른다고 모질게 문을 닫아버린다. 이 열 처녀의 비유는 평소의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너무도 달라 보인다. 복음서 곳곳에 나오는 예수의 말씀은 함께 나눠라, 대접하기를 즐겨라, 일한 시간에 관계없이 그날 생계에 필요한 품삯을 주어야 한다...등등, 사랑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 본문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늘나라의 비유라고 하면서. 공동체적이 아니라 개인주의적이다. 이걸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우리는 촛불 대회에 참여해서 우리가 미쳐 촛불을 준비하지 못했어도 이웃으로부터 나누어받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 촛불을 나누어받았을 때 기쁨도 알고 있다.. 그런데 다섯 명이 준비한 기름은 왜 나누지 못했을 까? 기름이 떨어져 불이 꺼질 염려가 있다면, 둘이 한 불을 이용해서 어두운 대로 잔치를 열면 될텐데 왜 그리 모질게 내몰아야 했을까? 신랑은 왜 그렇게 냉정할까? 도대체 여기서 기름은 무엇이기에 나눌 수가 없는 걸까? 이 질문이 떠나지 않는다.

우리 상식으로 기름은 불을 밝히는 원동력이다. 기름이 없으면 불이 꺼지고 잔치에 흥이 깨진다. 그러기에 기름은 중요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신랑을 맞기 위해 나눠줄 수 없는 기름이란게 무엇인가?

또한 하늘나라의 잔치자리 비유에 나타나는 신랑, 그 신랑이 오는 것은 모두에게 기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넉넉히 준비한 이들에게는 기쁨이 되지만, 모자라게 준비한 이들에게는 슬픔과 심판의 상징이 되는 그런 신랑이다. 성서 곳곳에서 신랑은 예수를 상장하고 있지만, 오늘 본문에 나오는 신랑은 우리 삶에 무엇을 상징하는가?

 

이 본문은 깨어있으라는 말로 끝내고 있다. 여기서 깨어있으란 말은 등불을 꺼치지 말라는 경고다. 설령 넉넉히 준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깨어있었다면, 설사 기름이 떨어진다고 해도 알아챘을 것이고 다시 사다가 보충할 수 있다. 어차피 나눠받을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 자신이 준비할 수밖에 없고, 졸지 않는다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졸지 않고 깨어있는 한 해가 되자. 노랫말처럼 빈등잔에 기름을 채우고 넘어진 촛대를 세워서 불을 밝히는 한해가 되자.

 

200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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