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의 사색터

그때 나는 어디에 있었나

한국소금 2019. 3. 25. 17:09

그 때 나는 어디에 있었나?

 

오늘의 본문은 예수님이 숨을 거두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침 9시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은 오후 세 시가 되자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라마 사박다니?”하고 부르짖으시고 얼마 있지 않아 큰 소리를 지르고 숨졌습니다. 예수께서 얼마나 힘드셨으면 이렇게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하고 부르짖으셨을까요? 예수님이 일생을 걸고 증언했던 바로 그 하나님께서 자신을 버리셨다고 좌절한 장면은 예수님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바로 이 때 그 곁에 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맨 먼저 본문에서 나오는 사람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떤 사람으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서 있는 몇 사람이 예수의 부르짖음을 듣고 보시오, 그가 엘리야를 부르고 있소하고 그 중에서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푹 적셔서 예수께 주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이 어디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주나 두고 봅시다는 말을 볼 때 이들은 예수를 고발하여 죽게 한 유대인들처럼 보입니다. 기존 유대교의 전통에 사로잡힌 이들은 예수가 메시아인 것을 알 수 없었고, 단지 예수를 조롱하는 뜻으로 이렇게 말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백부장입니다. 로마 군인으로서 예수를 처형하고 지켰던 이들로서는 유대교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백부장은 낮 12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덮는 자연변화를 보고 두려워하고 있다가 예수가 숨을 거둘 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참으로 이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 비록 백부장은 종교가 달랐어도 예수가 죽으면서 일어난 여러 현상을 보고 바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면 죄 없이 죽을 수도 없고, 또 그 분이 죽을 때 이런 자연현상의 변괴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런 은총은 그 백부장이 예수가 죽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분들은 여자들입니다. 여자들도 멀찍이서 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출신 마리아도 있고,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도 있고 살로메도 있었습니다. 이름은 언급되었지만, 이 세 여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기록은 없습니다. 단지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예수를 따라다니며 섬기던 여자들이었습니다. 이 말은 곧 십자가를 뒤따른다는 것을 이해했던 자들로 보아야 합니다. 그 밖에도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수를 온전히 이해하고 섬기던 자들만이 이렇게 십자가의 현장에 서 있을 수 있는 영광이 주어집니다. 이 여인들은 그 당시 풍습에 의해 멀찍이서 보고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예수의 십자가 옆에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현장에 있던 이 여인들은 예수께서 무덤에 안장된 장소를 알게 되고 그 후 이레의 첫 새벽에 무덤에 가서 부활한 예수를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예수께서 일곱 귀신을 내쫓아주신 마리아는 바로 예수의 부활소식을 예수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슬퍼하면서 울고 있던 자들에게 부활의 승리소식을 전한 것은 바로 이렇게 현장에 있던 여인들이었습니다.

 

어제 금요일에 한국방송에서 박종철 열사와 6.10 항쟁을 특집 인물현대사로 방영하였습니다. 그 방송 마지막에는 박종철을 고문했던 자들이 이런 코멘트를 한 것을 보았습니다. “박종철은 이 시대를 구한 메시아이고 자신들은 박종철을 죽인 빌라도였다.” 이 방송을 보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나는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 때 나는 어디에 있었나?”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시위를 하였고 분명 나도 그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질문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나옵니다. 예수를 비웃는 유대인,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그의 시신을 지킨 로마 군사와 백부장, 그리고 멀리서 예수의 죽음을 안타까이 지켜본 여인 등등, 현장에 있었던 자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예수를 섬겼던 여인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예수를 따랐던 제자들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따르면서 예수와 함께 하였지만, 바로 중요한 그 현장에 없던 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현장에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인들처럼 역사의 흐름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여인들은 예수를 갈릴리에서부터 섬기고 뒤따랐기 때문에 그의 십자가의 길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이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에 멀리 도망가지 않고 멀찍이서 예수의 십자가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시대가 지난 후 그 때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하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 시대의 흐름과 그 축을 가장 잘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만이 시대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은 어디에 있을까요? 지금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

 

2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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