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들의 사색터

모퉁이의 머릿돌

한국소금 2019. 3. 25. 17:20

모퉁이의 머릿돌

몇 년 전 일이다. 지금 컴퓨터 실로 되어있는 곳은 처움에는 외국인노동자선교센타였다지하이다보니 습기가 많이 찼다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작은 에어콘을 설치하게 되었다.   문을 한 짝 뜯어내고 시멘트벽돌을 쌓아 제습기 대를 마련하였다그때 우리 교회 교인이었던 김병남씨가 이 작업을 하였다그때는 서울센터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고, 경제사정도 어려운지라 웸만한 일을 교우들과 최목사님이 손수 몸으로 때워야 했다. 그래서 이 작업도 교인이 할 수밖에 없었는데병남씨가 노가다 일을 하면서 틈틈이 미장이 일도 배웠기 때문에 이 일도 할 수 있었다. 그 일을 하는데 그냥 벽돌을 차곡차곡 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벽돌을 깨뜨려 조각을 내어서 그 조각을 틈새를 메워 가면서 일을 하였다.   잘못 깨어진 것은 그냥 버림을 당했다벽돌을 버리고 안 버리고는 완전히 병남 씨의 마음이었다그러다가 한 번은 병남 씨가 버렸던 깨어진 조각을 주워서 벽돌 사이의 틈새를 메우는 것을 보면서 버렸던 돌도 쓸모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는 오늘의 말씀은 우리가 교독시간에 읽은 시편 118:22의 말씀을 예수께서 인용하신 말씀이다. “ 집을 짓는 건축가가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다. 이 어찌 놀라운 일이 아니냐?” 건축가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서 돌을 버렸는데 그 돌을 하나님은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걸 보니까 참 기이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시편 기자는 감탄하고 있다. 시편기자는 이스라엘백성을 모퉁이의 머릿돌에 비유하였다. 원래 떠돌아 다니던 하잘 것 없는 유랑인들이요, 노예였던 이들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모퉁이의 머릿돌과 같은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편 11822절의 원래 뜻은 구원받은 한 사람의 변화된 상태를 묘사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비록 사람들에게는 버림받고 멸시당하고 박해를 받지만 하나님께 구원을 받아 오히려 명예롭게 되고 하나님께서 그를 신임해서 중대한 사명을 맡겨주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기준은 사람들과 다르다. 하나님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볼품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을 택해서 머릿돌이 되게 하신다.

이 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윗이 왕으로 선택받은 이야기다. 사무엘은 사울왕 대신에 새 왕을 뽑으려고 하나님의 지시를 받아 이새의 집에 들렸다. 이새의 맏아들 엘리얍을 보자 그가 키도 크고 멋있어 보여 속으로 하나님이 기름을 부어 왕으로 삼으시려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자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그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내가 세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따라 판단하지만 나 야훼는 중심을 본다.” 결국 모든 아들 중에 가장 어리고 볼품없어 보이는 막내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게 되었다.

머릿돌은 건축물의 모퉁이에 놓여 두 방향으로부터 오는 압력을 잘 받아 벽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어야 하는 만큼 크고 견고한 돌이어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머릿돌은 네모 반듯하고 단단한 돌을 이용한다. 건축가들은 머릿돌 감을 따로 물색을 해서 머릿돌을 만든다. 그런데 오늘의 본문에 의하면 하나님은 크고 번듯하고 단단해 보이는 돌이 아니라 정말로 볼품없는 돌, 그래서 건축가가 쓸데없다고 여겨 버린 그런 돌을 가지고 머릿돌로 삼으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머릿돌을 만드는 방식은 옛날과 다르다. 철근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으니까 머릿돌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물을 다 짓고 나서 머릿돌을 따로 제작해서 붙인다. 주로 대리석을 이용해서 머릿돌을 만드는데 그 머릿돌에는 집을 지은 날짜와 왜 이 집을 짓게 되었는지 하는 주요 내용들이 새겨져 있다. 머릿돌을 잘 보면 그 집의 유래를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머릿돌은 잘 보이는 곳에 붙여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장식을 겸해서 멋있게 눈에 뜨이도록 만든다. 사정이 이러니 이런 머릿돌은 버림을 받은 돌로는 정말로 만들 수 없다. 이런 실정에서 버려진 돌을 머릿돌이 되게 하신다는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다는 말씀의 요지는 하나님의 가치관과 인간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눈을 보이는 외형에다 두느냐, 우리의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이 말씀은 너의 가치관이 어디에 있느냐, 너의 중심이 하나님에게 향해 있느냐, 아니면 세상에 향해 있느냐? 하고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된다는 가르침은 첫째, 우리가 어떤 가치관으로 사람을 평가하느냐 하는 물음을 던져준다.. 혹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 사람의 다라고 간주하고 그대로 그 사람의 값을 매기는 것은 아니가? 우리 눈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님 입장에서는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게 하실 그런 소중한 사람일 수 있다.

둘째로,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된다는 가르침은 우리 자신을 어덯게 수용하느냐 하는 것이다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건,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여겨지든중요한 위치에 있든 없든, 그런 것 하고는 상관없이 하나님은 우리를 들어 하나님 나라를 위한 모퉁이 돌이 되게 하신다하나님은 우리의 겉모습이 어떤지, 우리가 권력을 갖고 있는지, 우리가 능력 있게 보이는지 이런 데에 관심이 없으시다. 비록 우리가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삶으로 부각되지 않고 볼품없어 버림받은 존재처럼 보일지라도 우리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있다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고,  예수께서 지시하는 방향대로 삶을 살려고 노력하려 한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자리, 즉 모퉁이 돌로 삼으신다. 이런 말씀에 확신이 있다면우리는 소신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보잘 것 없는 흙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넣어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이 되었듯이 우리는 버린 흙에서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는 그런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2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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